[권명숙의 요리 테라피]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치료

입력 2008-04-03 15:58:42

권명숙의 요리테라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치료-

"어떤 요리를 주로 하세요?","아이들에게는 어떤 요리가 잘 어울리며, 뭘 좋아하던 가요?"란 질문을 받으면 "거창하고 먹음직한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라고 대답한다. 요리치료사 지망생들은 확실한 요리치료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길 주문하기도 한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아동에게는 어떻게 수업을 하며,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는 어떤 요리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똑 떨어지는 매뉴얼을 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에게 제시해 줄 수 있는 확실하고 똑똑한 매뉴얼은 없다. 장애에 따른 특성이 매우 다양한 데다 여러 가지 행동과 상황, 그리고 환경에서 오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증상별 대처방법과 적절한 프로그램 적용은 치료사들이 임상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중인 많은 치료방법 중에 특히 요리 테리피는 자연스러움을 닮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추구하며 스스로 내면적인 치유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자극하고 자연을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매체이며, 풍요한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재활과 치료라는 의미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럼 요리 치료의 장점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자연에서 얻는 재료를 이용한 수업에 아이들은 거부감이 없다. 특히 치료사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어렵고 번거로운 요리과정보다도 책상 위 재료들을 탐색하고 맘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친근함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둘째는 치료사와 대상자가 억지로 해야 된다는 강압이 사라진다는 것. 대상자,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는 대부분이 수업시간에 안정적으로 자리에 앉지 못한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번 이뤄지는 수업을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다른 재료들보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더하고 있다.

셋째 구조화되고 형식에 얽매여 있지 않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함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아이에서 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도 많다. 가족이 함께 작은 화단이나 텃밭(화분도 가능)에 씨앗을 뿌리는 작업을 비롯해 모종을 심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림(요리로 하는 미술치료)을 그리거나 글로 표현(요리로 하는 글쓰기치료)토록 한다. 채소와 열매를 수확하고 맛보는 등으로 노동의 즐거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꽃들을 만져보며(요리로 하는 감각치료), 분류와 비교(요리로 하는 학습치료)를 배우고, 느낌을 알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도 있다.

이렇듯 요리 테라피는 완성된 요리만을 연상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재료의 특성들을 고려, 전문가가 상황과 특성에 맞는 지식과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거부하지 않는 먹거리와 자연이 훌륭한 도구인 것이다. 한국요리치료복지협회 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