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새주소' 언제 제자리 잡나?

입력 2008-02-04 08:50:47

대구 중구 남산동에 사는 정지민(27·여) 씨는 최근 중구청으로부터 받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운반처리' 수수료 용지를 보고 의아했다. '도로명 주소를 사용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마우스패드까지 자체 제작해 배포하는 등 새주소 알리기 홍보 활동을 벌이면서 정작 구청에서 발송하는 우편물에는 버젓이 이전에 사용하던 지번만 적혀 있었던 것. 정 씨는 "수백만 원의 예산을 들어 홍보물을 제작해 나눠주면서 대민 행정과 관련된 업무에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도로명 새주소 사업이 행정기관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는 등 여전히 '뒤죽박죽'이다. 지난해 4월 5일 공포된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 비능률적인 행정과 제도의 취약성 때문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실제 도로명 주소를 알리기 위해 각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홍보물을 제작, 배포하거나 구·군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홍보하고 있으면서도 시스템 일원화 작업 지연을 핑계로 지번 주소만 적힌 우편물을 여전히 발송하고 있는 것. 지난해 시행된 도로명 법률에는 오는 2011년까지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시설 설치 사업과 주소 활용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도로명 주소와 지번 주소를 함께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최근 대규모 택지 개발이 잇따르고 있는 달성군의 경우 지난해 말 도로명 주소를 부착하는 '시설물 설치' 사업이 끝나자마자 '도로명 주소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도로 이름을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도로명 변경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 조례에 '시설물 설치 사업 종료 후 3년 이상인 경우 도로명 변경이 가능하다.'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로명 변경 민원이 발생한 수성구와 동구 역시 혼란스러워하긴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동의와 심의를 거쳐 도로명 주소를 바꾸더라도 이에 수반되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것. 수성구는 현재 명칭 변경 민원이 들어온 '효목로'가 이름을 바꾸게 될 경우, 집집마다 붙은 도로명 주소 팻말을 떼어내고 새로 부착해야 해 예산 확보가 만만치 않은 것. 이 밖에도 대규모 택지 개발 등으로 도로가 새로 생길 경우 도로 이름이 주소와 연계될 수밖에 없어 도로명 선정 과정과 도로 구간 조정,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토지정보팀의 새주소 담당자는 "홍보와 함께 민원 해결, 새로운 주소 부여 등 다양한 업무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제도가 더디게 정착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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