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고민지우개]처가에 호감사는 법은

입력 2008-01-31 15:58:04

아내를 사랑하는 맘 내보이길

처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습니다. 아내는 아들이 없는 딸 부잣집의 막내입니다. 명절이면 자매들이 모두 모이고 따라서 동서들과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사위들에 비해 여러 가지로 뒤처지는 것 같아 위축되고, 장인장모님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얼마 후면 설날인데,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처가에 다니러가는 것이 꺼려집니다.

어릴 때는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설날 아침에 깨끗이 차려입던 설빔이 좋았고, 늘 먹던 밥보다 뽀얀 국물에 쇠고기 꾸미를 얹어 먹는 떡국이 맛났었고, 게다가 고사리 같은 두 손 포개어 이마에 대고 어른들께 절하고 난 후에 받던 짭짤한 세뱃돈이 더욱 반가워서입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점점 어른으로 가까워진다는 사실도 싫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어른이 되어 사십 줄 끄트머리를 향해 달리는 지금은 이래저래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책임과 의무만이 기다리고 있어서일 까요.

님께서 느끼시는 명절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와 닿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분위기에 동화하지 못하고 겉돌게 되면 처가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결혼 전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견고해지지 않을런지요. 좋은 해법이 분명 있을 터입니다.

처가 어른들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셨나 봅니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찌됐건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당신 딸을 맡긴 이상 사위에 대한 믿음과 기대 그리고 사랑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은 오히려 어른들의'우려'를 '기우'로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킬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싶어요. 본인의 노력에 따라'일등사위'로 거듭날 수도 있을 터입니다.

그 분들이 바라는 것은 사회적인 명예나 경제적인 부(富)이기보다는 당신 딸의 행복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인을 아끼는 마음을 솔직하게 여과없이 보이고,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행복한 아내로 대접해 보세요.

아울러 사위라는 위치에서 과감히 벗어나 아들같은 존재감으로 다가갈 수 있게 사소한 것도 배려하고, 고이 키운 딸의 짝으로 받아주신 것에 감사의 마음을 진솔하게 전한다면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가식구들과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부인에 대한 사랑의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부인에게는 세상 누구하고도 안 바꿀 믿음직한 남편이란 사실을 기억하세요.

명절은, 피해갈 수 없다면 차라리 맞서서 부딪쳐 넘어야할 파도입니다. 아니 어쩌면 현명하게 즐겨야 할 스트레스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의 안쪽에만 달려있다'고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말했답니다. 누군가를 향한 원망과 미움으로 마음의 문에 빗장을 채웠다면 다른 사람에 의해 닫힌 문이 열릴 수는 없다는 말이겠지요. 닫힌 마음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랍니다.

자, 이제 마음 안쪽에 달린 손잡이를 힘껏 돌려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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