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道, 논 100ha에 가축용 사료재배 나선 이유는?

입력 2008-01-28 09:59:01

국제 농산물價 폭등으로 '식량안보' 다시 주목

지난 24일 대구 북구 고성동의 한 두부공장. 이 곳 황금술 대표는 "콩이 없어 두부를 못 만들겠다."고 하소연했다.

"돈을 줘도 못 구해요. 두부공장이 채산성을 맞추려면 가격이 비싼 국내산이 아닌 중국산을 써야하는데 지난해말부터는 중국산 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관련 업체들이 결성한 조합(대구경북연식품조합)에서 콩을 받아쓰는데 돈을 줘도 필요하다고 써낸 양의 절반밖에 콩을 못받습니다."

그는 모자란 콩을 국내산으로 충당하다보니 원가도 못 건진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대로 가면 공장 식구들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가슴이 쓰리다."고 했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은 우리나라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을 던져주는 것은 물론, 식량안보 위협으로도 번져가고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한가

이달 현재 국제시장에거 거래되는 밀과 콩의 값은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옥수수는 지난 12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쌀값 역시 1990년대 중반에 비해 2배로 뛰었다.

국제가격은 이미 우리나라 동네 가게에 영향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반제품 빵을 납품하는 공장인 대구의 '한국피제스'. 이 곳 관계자는 "밀가루값이 지난해 2, 3번 올랐고, 다음달에 또 15%정도 오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곡물가격 상승에 따라 이를 원료로 만드는 사료값도 급등했다. 대구축협 사료공장(대구 북구 검단동)은 최근 축산농가에 가격인상을 통보했다. 국제 옥수수값 급등으로 사료값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

대구축협 사료공장 강호상 팀장은 "지난해 이후 사료값이 그 전보다 30% 이상 올랐다. 사료값 급등으로 축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게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나화직 삼양사 대구·경북지점장은 "밀가루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원맥'을 구하기 힘든 상태다.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수요까지 겹쳐지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 곡물 바이어들이 미국·캐나다 등 전세계를 누비면서 전에 없는 물량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일이, 언제가지 계속?

지금까지 곡물 파동을 분석한 틀은 '수요 측면'이었다. 전세계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도의 곡물 수요가 폭증한데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옥수수 등 곡물이 사용되면서 곡물 수요가 급증, 값이 뛰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 측면에서도 곡물 가격 인상을 불러오는 요인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지구온난화는 둘쭉날쭉한 날씨를 가져왔고 세계에서 가장 질이 좋다는 '호주산 밀'부터 치명타를 입혔다. 최근 호주에 가뭄이 들어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

중국도 마찬가지. 날씨가 나빠 지난해 중국의 콩 작황이 매우 나빴고 결국 우리나라는 돈을 주고도 중국산 수입콩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를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올 1년동안 보리·밀·벼·쌀·옥수수·콩 등 57개 곡물에 대해 5~25%의 차등 수출세를 부과, 곡물 수출길을 크게 좁혀놨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주요 곡물수출국들도 수출할당제와 신규 수출계약 금지 등을 통해 곡물 자원의 유출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까?

최근 경상북도는 벼농사를 짓던 상주 함창들 100ha에다 '조사료 전용시범단지'를 조성, 벼를 기르는 대신 여름에는 수단그라스, 겨울철에는 이탈리안 나이그라스 등 사료작물을 재배하기로 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사료값이 폭등, 축산농가들이 폐업 위기에 처하자 대책을 만든 것.

축산물 생산과정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우 27.2%, 송아지 38.6%, 돼지 45.6%, 닭 50.5% 등으로 축산농가 경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한다. 때문에 사료 대책 마련을 축산농가들은 요구해왔다.

전라남도에서는 올해 유기농 가축사료 원료인 청보리 재배면적이 9천38ha를 기록, 지난해(4천700ha)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청보리를 발효, 유기농 가축사료로 활용하면 사료비를 절감하고 농한기 겨울철 농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품질 한우까지 생산가능하다는 것.

이태암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최근 상주 함창들에다 조사료 단지를 조성한 것을 비롯, 국제 곡물가 급등이 미칠 각종 영향들을 최소화하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제 곡물을 바라보는 눈도 식량안보차원에서 길러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영남대 식품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연해주 등 경지를 구입한 뒤 현지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농사를 짓게하고 이를 국내로 가져와야한다. 우리나라 농민들도 확실한 판매처가 있으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농민들과의 계약재배를 늘려 곡물 확보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남미의 경우, 각종 작물 재배시기가 우리와 다른데다 자연환경이 아주 좋아 이들 국가로부터의 값싼 곡물 수입 증대 노력도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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