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봉화군 지원센터서 5쌍 결혼

입력 2008-01-25 10:47:23

"농사일 가난한 생활 벗고 코리안 드림 실현해야죠"

▲ 24일 캄보디아의 봉화군 지원센터 마당에서 봉화지역 신랑들과 캄보디아 신부들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 24일 캄보디아의 봉화군 지원센터 마당에서 봉화지역 신랑들과 캄보디아 신부들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기온이 30℃를 웃도는 24일 오전 7시. 캄보디아에 마련된 봉화군 지원센터 마당은 일찌감치 딸들의 결혼 소식에 밤잠을 안 자고 3시간씩 차를 타고 달려온 가족들과 하객 200여 명이 들어서면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결혼식은 낮 12시였지만 이미 새신랑과 신부들도 양복과 캄보디아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신부들은 프놈펜에서 3, 4시간 떨어진 궁벽한 농촌(깜뽕잠) 처녀. 대부분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아온 여성들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못 갔어요. 공부하고 싶어요."(속행·22) "시집 가면 언제 또 올지 모르겠어요. 병상에 누워있는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들이 걱정입니다."(레어케나·22)

유교적 가치를 근거로 한 이들의 삶은 한국인과 많이 닮았다. 또 대부분 농사일에 종사하며 억순이 같은 삶을 이어오고 있어 60~70년대 우리의 어머니상을 닮았다. 춘리앙(23) 씨는 "이웃에 사는 친구가 1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했는데 덕분에 시멘트 집을 새로 지었다."며 "한국에 가서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코리안 드림을 전했다.

춘리앙 씨 등 5명의 신부들은 최근 캄보디아 외국어 학교(봉화군 지원센터)에 등록, 한국어를 공부하다 봉화군 지원센터의 소개로 봉화군 노총각 김욱한(40·봉화군 명호면) 씨 등 5명과 만나 짝을 지었다. 권영노(49·봉화읍 문단리) 씨의 장모 쏘티어 씨는 "이국땅 가서 사는 게 낯설지만 아들 딸 낳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게해 주세요. 부족한 딸 많이 가르쳐주세요."라며 엄태항 봉화군수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결혼식에 참석한 신현석 주한 캄보디아 대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국제결혼은 처음인 만큼, 앞으로 국제결혼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탰다. 김희묵 결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결혼식은 시작됐고, 웨딩마치와 함께 5명의 신랑은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난 처가 식구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곱게 키운 딸을 줘서 고맙습니다. 고생 안 시키고 열심히 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새 신부들도 "같이 공부하고 배우고 이해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신랑들이 준비한 선물과 예물이 전달됐고 하객들은 행복하게 살라며 신랑과 신부의 손에 붉은 색 실을 감아줬다. 결혼식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에 몸을 싣고 프놈펜 시가지 관광에 나선 신랑·신부들의 입가엔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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