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넓적다리 통증 지속된 '의심'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길고 어려운 병명만큼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국내에선 야구선수 김재현 선수에 이어 가수 김경호 씨가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병이다. 넓적다리 뼈가 죽어서(괴사해서) 으스러지는 이 병은 해마다 4천 명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한 술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병이다. 엉덩이나 넓적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이 질환을 떠올릴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부위의 통증이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정형외과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겠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란?
대퇴골두는 넓적다리 뼈(대퇴골)의 머리 부분(골두)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서 일종의 괴사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괴사라는 것은 피가 통하지 않아서 뼈 조직이 죽는 현상이다. 이유 없이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가랑이 부분과 엉덩이 부분 즉 고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다리를 절게 되고 웬만한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무혈성괴사의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생기나?
대퇴경부 골절, 고관절 골절이나 탈구(관절을 형성하는 뼈들의 이탈 및 이로 인한 조직들의 파열) 합병증으로 오는 외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로 젊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런 외상은 골두에 혈액을 공급하는데 장애가 된다. 특별한 동반 손상이 없는 경우 특발성 골 괴사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등을 안주 없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먹는 남자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간염, 간경화 등 만성 간질환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아토피 피부염,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면역질환이나 콩팥, 간 등 장기이식 혹은 백혈병, 뇌종양 때문에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를 오랫동안 쓴 환자들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발생률은 10% 정도이다. 간혹 잠수부나 임신부, 과도한 방사선 조사, 사스(SARS)나 에이즈(AIDS)환자, 고지혈증 환자, 동맥 경화증 환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중년층에서 잘 생기며, 남자가 여자보다 발생률이 4배 정도 높다. 양쪽 모두 생기는 경우가 60~80%이다.
◆진행과정과 증상
외상이 아닌 특발성의 경우 선천적으로 혈전이 많이 생기는 유전적 원인으로 생긴다. 알코올이나 스테로이드 과량 복용은 골수 지방세포의 이상 증식과 과대 비후(지나치게 두터워짐)로 골수 압력이 높아지고 부종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동맥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정맥 순환이 되지 않아 연골 바로 아래 뼈세포와 조직이 죽게 된다. 뼈가 죽게 되면 정상적으로 몸의 무게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져 미세구조에 골절이 생긴다. 또 골두가 함몰되며 이차적으로 골두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돼 관절염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이렇다. 고관절 부위의 심한 통증과 안쪽이나 바깥쪽으로의 회전 운동에 장애가 생기며, 다리를 절게 된다. 하지만 아주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은 골수 압력이 증가할 때 나타난다. 골절과 함몰이 일어날 때는 매우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진단과 치료
MRI 검사는 일반 X레이 촬영에서 나타나지 않는 아주 초기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병의 향후 경과는 병의 진행단계, 병변(조직이나 세포집단에 변화가 생긴 곳)의 크기나 범위, 병변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MRI검사는 비싼 검사이나 대퇴골두 괴사증 환자에게는 병변의 예후를 알아보기 위해 또 치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병변의 크기가 골두 용적의 30% 미만, 발생 부위가 골두의 안쪽이나 한가운데, 또 골절이 일어나지 않은 초기의 경우에는 그냥 둔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통증이 있다면 골두에 구멍을 내는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할까? 진통·소염제, 혈전 용해제, 고지혈증 치료제, 골다공증에 쓰이는 비스포스포네이트 등의 약물을 주로 쓰지만 장기적인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병변의 크기가 15% 미만이거나, 위치가 안쪽이고 증상이 없는 경우는 치료를 하지 않고 관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변의 크기가 15~30%이고 위치가 안쪽이나 가운데이고 증상이 있는 경우는 핵심감압술, 다발성 골두 천공술, 회전 절골술 등을 한다.
병변의 크기가 30% 이상이고 위치가 바깥쪽이며, 체중이 실리고 증상이 있는 경우는 혈관부착 골 이식술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골두의 함몰이 진행돼 관절염이 함께 나타나 통증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치료는 나이나 동반 질환, 합병증 여부에 따라 선택돼야 한다. 젊고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가능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기 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줄기세포치료나 조직공학기법을 이용한 골 조직 재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신윤 경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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