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게임과 함께한 내 유년시절

입력 2008-01-19 07:20:17

원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내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은 외할아버지셨고, 공부를 챙겨주시는 사람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제3의 엄마인 막내이모였다. 그래도 나를 하루종일 붙잡고 봐줄 사람이 없었기에 태권도 학원, 서예학원, 컴퓨터학원, YWCA 등 요새 애들처럼 학원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친구들과 야구하기(글러브 하나와 방망이 하나 테니스공으로 했었던 ㅋㅋ), 책 읽기, 영화관 가기, 마지막으로 오락실 가기였다!

지금은 오락실이 많이 없어지고 PC방으로 대체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오락실은 깡패도 많고 어른들이 뿜어대는 담배연기 등등 질 나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낙인 찍힌 곳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오락실은 축구나 야구, 구슬치기, 딱지치기, 보물섬-어깨동무-소년경향 만화책 보기와는 격(?)이 다른 놀이 문화였다.

그때 많이 했던 오락들이 갤러그, 제비우스, 엑슬리온, 코나미 올림픽, 더블드래곤 등이었는데 난 그 중에서 더블드래곤을 제일 잘했던 것 같다. 2개의 버튼을 같이 누르면 나오는 필살기 팔꿈치 찍기 하나로 동네를 평정했었던 기억이 난다 -_-;

여하튼 나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이를 불쌍히 여긴 외할아버지나 부모님들은 나에게 당시 상황에 비춰 꽤 용돈을 많이 주셨던 것 같고 우리 집은 어머니는 식당을 하시고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 또한 많아서 나는 오락실을 꽤 자주 갔었다.

한번은 겁도 없이(?) 밤 9시까지 오락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끌려가 어머니한테 국수 거르는 체로 무지하게 얻어맞고 아홉 살에 가출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여하튼 당시 좀 논다 하던 애들은 오락실에서 죽치고 살았었다.

요새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예전 오락실 게임을 인터넷게임으로 지원하고 또 네트워크 대전 기능, 협력 플레이 기능 등을 지원해서 예전의 추억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한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원 없이 오락실 가서 오락해 보는 게 소원이었던 적도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플스에 전원을 넣고 오락을 좀 해봐야겠다.

전병태(대구시 서구 평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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