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위하여

입력 2008-01-17 07:44:33

외지인들이 대구하면 떠올리는 첫 이미지는 무엇일까? 향수에 젖어 있는 도시, 보수적인 도시, 배타적인 도시를 떠올린다고 한다. 사실 대구에 살지만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대구를 대표해서 보여줄 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

한때 대구는 전국 3대 도시로 사람들은 무뚝뚝하지만 지조있고 의리있는 곳으로 통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규모에서 전국 3위를 내준 지 오래고, 경제규모나 생산력 모든 면에서는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좋지 않은 사고들까지 많이 발생해 사고도시의 오명도 쓰고 있다.

이런 대구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친근하고 생동감 넘치는 대구가 되려면 먼저 시민들의 생활양식이나 성격들이 변해야 하지만 오랜 습관이 배인 사람들의 기질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을 바꾸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이런 대구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대구시의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구시가 '공연문화 중심도시 지정'을 차기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접했다. 봄에는 뮤지컬, 여름에는 호러공연, 가을에는 오페라, 겨울에는 넌버벌을 바탕으로 아시아권에서 '공연문화 중심도시'로 나아가겠다는 대구의 결정을 환영한다. 잿빛도시 대구에서 컬러풀한 대구로 거듭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문제도 있다. 과연 현재 대구가 4대 공연축제를 감당할 인적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가 그것이다. 뮤지컬은 많고 관람하는 사람은 많은데 만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넌버벌 공연은 공연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데 역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호러공연은 장르 자체가 모호하다.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모든 일에는 기초공사가 우선이다.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서울의 유명공연들이 한번 지나가는 그런 축제가 아니라, 대구가 공연문화의 중심에서 우수공연들을 만들어가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시의 노고에 감사를 보내지만 기초예술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으로 인적인 인프라 구축도 함께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이요, 대구가 공연의 소비도시가 아니라 공연상품을 공급하는 생산도시가 되는 길이다. 최주환(극단 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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