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0년 신화는 계속된다-③인도 현지법인 '포스코-인디아'

입력 2008-01-16 07:00:04

기회의 땅 인도서 '제3의 쇳물신화' 새로 쓴다

▲포스코-인디아 현지법인 임직원들이 지난 1일 제철소가 들어설 자가싱푸르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보며 사업성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조성식 사장.
▲포스코-인디아 현지법인 임직원들이 지난 1일 제철소가 들어설 자가싱푸르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보며 사업성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조성식 사장.
▲포스코 인도제철소가 들어설 자가싱푸르 마을에 현지 주민들이
▲포스코 인도제철소가 들어설 자가싱푸르 마을에 현지 주민들이 '포스코-인디아 환영' 플래카드를 걸어 제철소 건설을 반기고 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네 등불 다시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일제 강점하에 시달리던 한국을 보면서 이런 격려의 시를 남겼다. 영국의 식민통치에 신음하던 조국을 둔 타고르에게 한국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고 동지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년을 맞은 올해, 포스코가 친구의 나라 인도에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영국 지배에서 벗어난 지 60년(2007년)을 넘긴 인도에게는 그래서 더 각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라딥, 포항과 쌍둥이 땅

포항에서 비행기로 11시간 거리인 인도 오리사(Orissa)주 파라딥(Paradip)에 발을 디딘 11일 아침, 이곳 사람들이 자가싱푸르(Jagatsinghpur)라고 부르는 바닷가. 난생처음 밟아 본 땅인데도 꼭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정경에서 까닭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결코 낯선 곳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파라딥은 포스코 40년 역사를 이야기할 때 공식처럼 등장하는, 지금의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기 이전의 포항 도구리 해변과 너무 닮아 있었다. 마치 포항의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리면 지금 인도의 파라딥과 그곳을 안고 있는 부바네스와르시(市)처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영상으로 봤던 소나무숲 사이로 모랫바람이 불던 40년 전의 도구해변과 잡목 사이로 붉은색 모래가 날리는 파라딥은 다를 게 없었다. 포항에 영일만과 형산강이 있다면 인도 오리사에는 뱅갈만과 마하나디강이 있다. 또 포항항과 파라딥항이 닮은꼴이고, 포항제철소 건립부지에 당시 520가구의 주민이 살았던 것처럼 인도제철소 예정부지인 자가싱푸르에도 현재 450가구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너무나도 필연적인 관계일 것 같은 포항과 자가싱푸르. 이곳에서 포스코는 창립 40주년을 맞은 올해, 그것도 생일날인 4월 1일 제3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인도제철소 착공식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인도에서 쓰는 제3의 신화

세계 철강업계 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이 해외 투자 프로젝트는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0년 초까지 연산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첫 번째 파이넥스 공장을 만들고, 늦어도 2017년까지 연차적으로 같은 규격의 파이넥스 용광로 2기를 더 만들어 연산 1천2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완공, 국내외 생산기지에서 모두 5천만t의 조강체제를 확립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60여 년 전 타고르가 노래했던 동방의 등불은, 그의 조국 인도를 빌려 더욱 강한 빛을 내게 되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 등 국내외를 합쳐 연산 3천만t의 조강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 중에는 상당한 조강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능력이 포함돼 있음에도 포스코는 포항을 제1, 광양을 제2제철소로 부르면서 중국에 '제3'이라는 이름을 주지 않고 포항과 광양의 분소(分所) 정도로만 대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사주에서 제철소 건설작업을 추진 중인 이형철(40) 차장은 "최고 경영진에서 인도제철소에 '제3'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아껴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포스코가 인도에 거는 기대와 야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구택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어떤 장애와 난관이 있더라도 올해 인도 제철사업에 착공하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 10일 CEO포럼에서는 "4월 1일 착공할 것이며 우공이산(愚公移山·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 정신으로 추진하겠다."며 스스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철강산업 불모지에서 출발한 지 40년 만에 세계 최고·최강 자리에 오른 포스코는 포항에서 첫 번째, 광양에서 두 번째, 이제 인도에서 세 번째 신화창조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주민 아비놉(23) 씨는 "포스코가 1만 7천 명 이상의 인력채용을 계획하고, 제철소 건립 이후의 파급경제 효과 또한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건립을 환영한다는 게 전체적인 주민 입장"이라고 했다.

◆제철소의 세계적 모범답안으로

포스코 인도제철소 규모는 부지면적 1천600여만㎡(490만 평) 규모로, 단지 안에 원료·제품부두를 두고 제철소 인근인 칸다하르에 전용광산을, 그리고 제품과 원자재 수송 및 원활한 가동을 위해 철도와 고속국도·용수·수전(受電)설비 등을 모두 갖춘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제철소가 될 것이라고 포스코는 밝히고 있다. 특히 전용광산은 계획처럼 연간 1천200만t을 기준으로 해도 향후 30년 동안은 아무 문제없이 채굴이 가능할 정도로 철광석이 풍부하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 공법을 앞세우고 각종 지원 및 기반시설을 계획대로 갖추게 되면 포스코는 그야말로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인도 중앙정부와 오리사주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제철소 건립을 위한 환경 인·허가와 경제특구 지정을 위한 승인까지 이미 받은 상태다. 다만 일부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제철소 예정부지 내 산림지역 용도전환 문제 역시 조만간 포스코의 뜻대로 승인이 유력해 4월 1일 착공식을 연다는 현지법인 관계자들의 업무추진 계획 또한 탄력을 더하고 있다.

현지법인 정연수 차장은 "이곳 철광석의 특성에 적합한 파이넥스 공법을 이미 상용화했기에 제3의 신화창조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인도제철소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 철강업계는 포스코가 지난해 완성한 파이넥스 공법이 인도 철광석을 이용하기 위한 맞춤형 기술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고는, 포스코의 '미래경영' 의지에 대해 더욱 놀란 시각으로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인도 오리사주에서 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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