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선 '더러운 고양이'를 버리는 대신 '깨끗하고 세련된 고양이' 키우기가 유행이다. 이른바 '綠猫(녹묘)'다. 녹색 고양이? 그동안 중국은 성장과 발전이란 '쥐'만 잘 잡으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리지 않겠다던 입장이었다. 등샤오핑이 제기한 이 '黑猫白猫論(흑묘백묘론)'은 중국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만 잘 살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충분히 '쥐'를 먹어 배가 불렀다. 2002년 삼성전자 절반 크기의 회사도 없던 중국은 2007년 시가 총액으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기업을 3개나 보유하게 됐다. 외환보유액도 1조 달러가 넘는다. 배가 부르자, 그동안 집안에 불러들인 고양이들의 모양새를 다시 따지게 됐다. 쥐만 잘 잡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잘생기고 멋진 고양이가 필요했다. 친환경'첨단'고부가가치 산업인 綠猫(녹묘)다.
중국은 녹색 고양이를 키우면서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를 '鼠死猫烹(서사묘팽)'하고 있다.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며 '그린 차이나(Green China)'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이것은 중국 진출 기업들에게 환경오염과 저부가 및 노동집약산업 퇴출이란 '그린 리스크(Green Risk)'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눈부신 변화를 곁눈질하면서 우리의 한반도 대운하 논란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과 처지가 하루아침에 뒤바뀐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뒤따라 온 중국이 잘생긴 고양이만 골라 기르겠다는 마당에 한국은 다시 개발연대 시대로 돌아가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아무 고양이나 좋다니 어찌 한심하지 않은가.
대운하는 경기부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절박한 국가적 과제는 아니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은 이명박 당선인의 747(연평균 7% 성장, 10년 후 1인 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공약을 달성하려면 중소기업 육성과 병행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톱10 기업(초우량 기업)을 적어도 18개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운하는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거듭 생각한 뒤 확실하다는 판단이 선 다음,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지금 절실히 추구해야할 국가적 과제와 목표 가운데 대운하는 빠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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