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 청탁 땐 무조건 不利益 준다"

입력 2008-01-12 10:11:39

김범일 대구시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인사 청탁하는 공무원은 시 발전을 저해하는 인물로 낙인 찍힐 것이다. 무조건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김 시장은 며칠 전 단행한 간부 인사에 외부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청탁을 받았으나 한 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사철마다 인맥'학맥 등 온갖 줄 대기로 어지러운 우리 풍토에서 지자체장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단호하게 '청탁과의 단절'을 선언한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대구시 공무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첫 출근날부터 공무원의 구태의연한 자세를 질타했다. 당시 지역 공직사회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후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 과연 변화와 혁신을 이루었을까. 물론 크고 작은 체질 개선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시장의 지적처럼 그 변화는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특히 인사 청탁에 관한 이번 고강도 발언은 지역 공직 사회가 아직도 고질적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사를 청탁한 분들에게 인사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느라 일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는 고충담은 무엇을 말하는가. 시장에게 인사 청탁을 할 정도라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일 터인데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시장이 업무에 전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사 스트레스를 주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인사 청탁은 속성상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얼마 전, 공무원 노동조합총연맹 박성철 위원장이 일부 지자체의 인사 청탁과 뇌물 등 賣官賣職(매관매직) 실상을 폭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김 시장의 인사 청탁 불이익 경고가 공직 사회에 청량한 새바람이 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인사 청탁 고리 끊기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이런 자정 노력은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내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등으로 虛言(허언)이 됐던 사례를 反面敎師(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 시장은 말에 책임을 지고 능력 중심'업무 중심의 합리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바란다. 후진적 연줄 대기 관행은 더 이상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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