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교육이 바뀐다] ④전망과 해결과제는?

입력 2008-01-11 10:23:21

평등 대신 경쟁 우선…부작용은 없나

▲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은 소외계층이나 지방에 대한 홀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은 소외계층이나 지방에 대한 홀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새해 들어 잇따라 발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관련 정책들을 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그야말로 복잡다양하다. 변화에 대한 기대를 비치는 이가 많지만 "기존 정책을 180도로 너무 뒤집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이도 적잖다. 교육은 모든 국민이 관련돼 있는 만큼 안정성과 연속성도 배려해야 할 정책 목표라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교육 정책의 기조가 됐던 평등교육에서 수월성교육으로 이전하는 과정이 너무 급격하다는 비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는 '바꾸되 학교 현장이 따라갈 수 있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제도나 여건 못지않게 국민 의식을 바꾸는 데도 힘을 쏟아야 부작용과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경쟁에 대한 거부감부터 해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큰 틀에서 보면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모아진다. 학력평가 결과 공개-고교 다양화-대학입시 자율화로 이어지는 고리는 결국 학교 정보를 공개하고 선택의 범위를 넓혀 줌으로써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테니 자체적으로 경쟁을 벌이라는 의미다.

원론적으로 옳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평등이라는 가치에 맞춰져온 우리 교육의 현실은 경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취약한 구조다. 정보 공개라는 첫 단계를 추진하는 데만 해도 엄청난 거부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들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 등 역기능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여건이 안 돼 있으니 연구 목적으로만 공개해야 하고, 그조차 학교 이름을 숨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개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는 과거에 학교 현장에서 평가 결과를 그릇되게 사용한 데 기인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나쁜 결과가 나오면 함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학교장은 교사 개인의 잘못으로 덮어씌우고 일방적인 노력만 강요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된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세부 방안까지 나와야 교사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학생,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고 대학들의 자율적인 경쟁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도 저항은 만만찮을 게 분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반대가 아니라 내재한 거부감을 풀어내는 데 우선돼야 한다.

◆평등론의 가치들도 포용

새 정부가 지난 정부들의 문제점을 극복하려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차별화에만 매달리면 곤란하다. 연속성을 가져야만 하는 정책들까지 무리하게 바꾸려 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경쟁에서 생기는 그늘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가 중요하게 내세우는 고교 다양화 정책의 대상은 기껏해야 대상이 전국에 300개다. 전국의 고교가 2천146개인데 그 중에 14% 정도만 달라지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자율형 사립고나 기숙형 공립고에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우선 배려하겠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1천800여 개 고교를 어떻게 운영하고 업그레이드시킬지에 대한 청사진은 불투명하다. 자율형에 뽑히지 못하는 고교들의 2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도 여기서 비롯된다. 서구처럼 사립 귀족학교를 만들고 공립학교는 기초적인 보통교육에 치중하는 방식은 우리 교육열을 감안하면 부작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방의 위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병인 경북도 교육감은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면 대도시에 비해 학력이 낮은 대다수 농어촌 학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지금도 더 나은 교육환경을 좇아 학생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학교 성적이 공개되면 이런 유출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길 자율형 사립고가 고입 단계에서 지방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고교 평준화의 기본 틀이 깨지면 우수 중학생들이 지방을 떠나는 인재 공동화가 예상된다."며 "지역 인재는 지역에서 키운다는 생각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작은 교육부 유지

지금까지 교육부는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국 교육기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여해왔다. 산하기관이 있고, 시·도 교육청이 있지만 집행업무만 주었을 뿐 권한은 놓으려 들지 않았다. 대구의 한 고3담당 교사는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도 교육청의 연간 업무 가운데 최상단에 놓이는 것은 교육부 평가 대비다. 올해도 3월에 이뤄지는 평가를 앞두고 대구 교육청은 벌써부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평가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교 관계자는 "교육부가 평가를 근거로 해서 특별 예산을 지급하다 보니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프로그램이 일회성·전시성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 교육청과 대학 등에 대폭 이양하고 기구를 줄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빌미로, 교육청과 대학이 미덥지 않다는 이유로 언제 다시 '공룡'으로 바뀔지 모른다. "정권 초기에 주요 정책 과제들에 대한 드라이브는 강하게 걸되 각 교육주체들의 역량을 키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길게 보고 돕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육계의 지적을 흘려들으면 안 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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