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차라리 안하렵니다" 한숨 느는 中企

입력 2008-01-10 09:25:38

중소기업 수출포기 속출

"한국무역협회입니다. 이번에 설명회를 하려는데…"

"누구시라고요? 우리한테 더이상 전화하지마세요. 우리는 더 이상 수출안합니다."

불안한 환율.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도 급등, 해상 및 항공운임이 폭등하면서 수출을 포기하는 이른바 '수포(輸抛)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수포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전국적 현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물건을 실어내봐야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밑바탕을 든든히 받쳐왔던 중소기업들의 수출포기가 급증, '차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수포기업' 얼마나?

기계부품을 만드는 대구 성서공단의 한 중소기업체 사장. 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외국 전시회에 자주 다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행기표를 끊지 않는다고 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수출로 채워보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해외 전시회를 다니며 물건을 팔아봤지만 남는게 없더라는 것.

그는 "내수시장은 한계에 부딪혀 수출을 통해 회사를 키워야하지만 물건을 팔아봐야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회사를 지키려면 이익이 안나는 수출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요즘 회비징수에 어려움을 겪을만큼 수출현장에서 사라지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했다. 채산성이 안맞아 수출을 포기해야한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한목소리.

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집계결과, 한해 1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 정도를 수출하던 대구 업체는 지난 2003년 1천304곳에 이르렀으나 지난해(11월말 현재)에는 1천164곳까지 줄었다.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수출하던 업체는 2003년 387곳에서 2004년 412곳, 2005년416곳으로 증가하더니 2006년엔 393곳, 2007년(11월말 현재)엔 346곳으로 감소했다.

1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를 수출하는 업체는 대구지역 수출액 기준으로는 가장 두터운 층. 그런데 이 층이 지난 2003년 427곳에서 지난해(11월말 현재)에는 415곳으로 감소, 이 층이 차지하는 수출액 비중이 31.3%에서 24.1%로 추락했다.

반면 대형 수출업체는 숫자가 늘어나면서 '양극화'를 나타내고 있다. 1억 달러에서 5억 달러를 수출하는 대구의 대형 수출업체는 2003년 1곳도 없다가 지난해(11월말 현재)에는 4곳이 됐다. 이들 4개 기업은 숫적으로 열세지만 지난해(11월말 현재) 6억 4천400만 달러를 외국에 팔아 수출액 기준으로 17.6%를 차지했다.

5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를 수출하는 업체도 2003년 4곳이었으나 지난해(11월말 현재)에는 역시 7곳으로 늘어났다. 이른바 '수포 기업'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대형 수출업체의 수출은 늘어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수포기업이 생기나?

지역 기업 상당수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적정 환율이 아무리 내려잡아도 980원은 넘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지만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국제상황으로 볼 때 이 정도로 만족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것.

지난해말 수출보험공사가 상시근로자 300명 이하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수출경쟁력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수준이 1달러당 936원이고 적정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환율수준은 982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10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937원. 가까스로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지만 이익을 내기도 힘든 환율이다. 결국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수포기업을 더욱 늘리는 또하나의 요소는 국제유가 급등. 국제유가 급등세는 해상운임은 물론, 항공운임까지 폭등시키고 있다.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초 3천 달러 수준이었던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운임이 지난해말 4천800달러로 뛰더니 올해에도 4차례 가량 더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이 구간 운임이 올해 6천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년만에 운임이 꼭 2배 뛰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 운임 인상 바람이 더 거세진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이 '유가 200달러 시대에 대비해야한다'는 말을 흘리는데다 세계의 공장 중국발 화물증가세가 더욱 심화하고 있어 운임 인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항공운임도 지난 가을에 비해 연말이 되면서 50%나 급증했다.

이영호(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차장은 "'수출 한국'의 위상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경제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수출포기 현상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수출보험공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출금융 지원확대 ▷환 리스크 대응정책 마련 ▷대-중소기업 및 중소기업간 협력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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