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식비에 질식하다…비상 걸린 생활물가

입력 2008-01-08 09:18:18

▲ 연초보다 생활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생활필수품 중 하나인 라면도 밀가루와 각종 원재료의 상승으로 가격이 곧 오를 전망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연초보다 생활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생활필수품 중 하나인 라면도 밀가루와 각종 원재료의 상승으로 가격이 곧 오를 전망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새해 들어 생활 물가가 폭등함에 따라 서민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름값 상승과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난방비는 물론, 라면이나 빵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영세 상인들도 급등한 원료비 탓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안 오르는 게 없다

회사원 이진석(36)씨는 얼마 전 단골 칼국수집을 갔다 깜짝 놀랐다. 1주일 전만 해도 3천500원하던 칼국수 값이 4천500원에 고시되어 있었던 것. 이씨는 "칼국수를 즐겨 먹는데 갑자기 1천 원이나 오르다보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당 주인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인은 "밀가루값이 30%나 올랐는데도 가격 올리기가 너무 부담돼 한동안 주저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뿐만 아니다. 대구 시내의 한 돼지국밥집도 지난해보다 1천 원이 오른 가격으로 국밥을 팔고 있다. 국밥집 주인은 "난방비는 물론, 채소 등 국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너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대구의 한 치킨집도 1월1일부터 기존 튀김닭 가격을 5천500원에서 5천900원으로 400원 인상시켜 판매하고 있다. 주인은 "튀김닭에 쓰이는 밀가루와 생닭, 식용유 등 모든 재료값이 계속 올라 본사 차원에서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의 한 피자집은 1일부터 피자값을 1천 원 올렸다. 기존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 피자집 주인은 "밀가루는 물론, 특히 치즈값이 지난해 초에 비해 70% 이상 올라 가격을 전격적으로 올린 것"이라며 "일부 손님이 왜 가격을 올렸냐며 따지면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고 전했다.

임현철 영남외식연구소 소장은 "밀가루나 식용유, 치즈, 사료 등 외식업의 주 재료들이 줄줄이 올라 음식값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며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음식들도 조만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와 관련, KDI는 최근 상승률이 2001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중 생산자 및 원화기준 수입물가도 각각 4.4%, 18.8%의 상승률을 기록해 이러한 상승분이 향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인 만큼 당분간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 관계자는 "최근의 물가상승은 유가 등 공급요인에 의해 주로 견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보기가 무섭다

외식업 뿐 아니라 식품들도 앞다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수퍼마켓 등을 찾는 주부들은 이런 가격 인상에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박수진(36·여)씨는 "최근 대형마트에 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두부나 라면, 채소, 과자나 음료 등이 전부 올랐다."며 "현재 두 개를 살 것도 한 개로 줄이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2일부터 주요 제품 8개 품목의 가격을 10∼30% 인상했다. 인기 제품인 드림파이는 2천800원에서 3천000원으로, 미니크런키는 1천 원에서 1천2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카스타드는 기존 가격 3300원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11개에서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해태제과도 1월 중 땅콩그래 등 주요제품의 가격을 10∼20% 인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제품에 대해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오리온도 지난 연말 초코파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오는 3월 다이제스트 등 10여개 품목의 가격을 10∼20% 인상키로 했다.

남양유업은 대표제품인 '맛있는 우유 GT'(1ℓ)를 1천750원에서 1천850원으로 100원 올렸고 매일유업도 지난해 11월 치즈제품의 가격을 15% 올린데 이어 올해 3월까지 우유 등 다른 제품군에 대해서도 가격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도 1.4분기 중 가격을 올릴 계획으로 대상 제품과 인상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같은 제과업체들의 인상은 지난해 8월부터 제과의 주원료인 밀가루를 비롯, 탈지분유, 혼합분유, 유당, 버터 등 유제품의 국제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라면 가격도 들썩인다. 농심 등 라면업계는 이달 말부터 15∼30%인상키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최종 인상 시기를 저울질중이다. 이 같은 인상 조짐에 사재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회사원 최원중(41)씨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대형마트를 찾았는데 농심 신라면이 다 팔렸더라."며 "사람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감안해 한꺼번에 많이 사간다고 직원들이 알려줬다."고 했다.

음료 업계도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경 오렌지 원재료가 40~50% 가량 가격이 오른데다 유가 상승 등으로 연내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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