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終戰선언 조급한 추진, 시행착오 불러

입력 2008-01-04 10:55:06

북핵 문제 해결이 최근 들어 다시 요원해진 느낌이다. 지난해 2'13 합의 때만 해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 내용을 제대로 지킨다면 북핵 불능화와 신고, 폐기로 이어지는 수순이 순조롭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2월 말로 정해진 핵 신고 기한을 넘기고 불능화 일정마저 늦추겠다고 압박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낙관은 우려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북핵 관련 정책들도 이런 로드맵에 의거해 밑그림이 그려졌고 추진돼 왔다. 10'4 정상선언에 나타난 4자 종전선언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는 종전선언 시점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등 정책에 혼선을 일으켰다. 북핵 폐기라는 가설을 기초로 정책을 추진하려다 마찰음만 일으키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것이다. 모름지기 정책이란 명확한 결과가 있거나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바탕 위에 추진돼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북핵 정책은 아무런 보장도 없이 일을 서두르다 엇길로 들어간 형국이다.

다행히 새 정부는 참여정부와 달리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들을 신중하게 추진해나갈 모양이다. 특히 북핵 폐기라는 획기적인 진전이 없으면 4자 종전선언을 조급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외교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맥락의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 조급함을 보이거나 독선적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어렵다고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현재의 회의적인 분위기를 잠재우고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정책을 성사시키려면 신중함과 끈기가 필요하다. 결과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하지 않았는가.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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