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소설' 만나보세요…대구소설가協 13집 출간

입력 2008-01-04 07:04:27

시집은 쏟아지지만,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작가도 적지만, 소설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집이 나오면 작가의 '노고'(?)에 우선 눈이 간다.

대구 소설가들의 작품집 '대구소설' 13집이 나왔다. 대구소설가협회 회원 13인의 단편소설 14편이 담겨 있다. 최근 소설들이 자폐아적이고 넋두리로 흐르고 있는 세태를 꼬집기라도 하듯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들이다.

박하식은 '단군은 없다'에서 민족의 뿌리인 단군을 우상이라며 부정하는 현 시대를 향한 어느 교사의 외로운 투쟁을, 권희경은 '두 개의 발'에서 일제의 앞잡이였던 삼촌의 그늘 아래에서 점점 돈과 권력에 물들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옥순은 '극락조화'에서 생명의 은인인 신부님을 흠모하는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정자현은 '밤비의 손님'에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적이고 가혹한 해우를, 오철환은 '업(業)'에서 대물림되는 업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역사의 이면에서 고통받는 소시민과 블랙유머식 세상 꼬집기 등 작가들의 다양한 세상보기도 시도된다.

정만진은 성산가야가 사로국에 의해 멸망하는 과정을 그린 역사소설 '성산가야'를, 김금철은 한 자원봉사자의 순수한 의도가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에 의해 흔들리는 과정을 그린 '비상'을, 이수남은 5·16군사혁명 때 국토개발단에 끌려가면서 헤어진 여인을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장항선'을, 장정옥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오랜 친구였던 남자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달의 지평선'을 발표했다.

윤장근은 밀림의 코끼리를 통해 현 세태를 꼬집고('절규와 체념'), 송일호는 달갑잖은 청첩장을 통해 결혼문화를 꼬집고('청첩장'), 이룸은 처녀막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는 한 여인을 통해 우리 시대의 뒤틀린 성 의식('일회용')을 꼬집었다. 얼마 전에 타계한 작가 박상훈이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던 '신몽유도원도'도 담았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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