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딱 벌어지는 '논술 수강료'

입력 2007-11-28 09:56:52

입시학원 한주에 1백만원 등장…최상위권 서울 원정도 많아

올해 처음 도입된 수능 등급제 여파로 논술이 대학입시에서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되면서 논술 학원마다 수험생들로 북적대는가 하면 한 달 수강료가 수백만 원대인 고액 논술 학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구시내 각 논술학원에는 수능 이후 수험생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학원가에서는 논술학원에 등록한 수험생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구 모 대형 입시학원 논술강좌 수강생의 경우 지난해 300여 명에서 올해 7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 특히 경북대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대부분 논술을 준비하기 때문에 내년 1월 정시모집 전형을 앞두고 등록 학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논술학원이 성황을 이루는 것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능 등급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불과 1, 2점 차이로 당락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수성구 A논술학원에 다니는 한 고3 수험생은 "상위권 학생 대부분이 학원 강의를 듣고 있다."며 "논술에 대학 당락이 달려 있다고 하니 수강료 여부와 상관없이 학원에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사설기관들의 수강료도 치솟고 있다. 회당 5만~8만 원을 받거나 한 주에 50만∼100만 원짜리 강의가 기본이라는 것. 이런 논술 강의를 2주간 듣는다면 100만∼200만 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특히 수시전형이 치러진 최근에는 '긴급 수시반'까지 등장, 수강료가 1주일에 100만 원에 이르렀다는 것. 일부 학원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올려받기도 하는데 대구 모 학원 서울대 논술 준비반의 경우 한 달 수강료로 지난해 350만 원에서 올해는 500만 원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논술학원 관계자는 "상위권의 경우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게 되자 등록 문의가 많아졌고, 비싼 강의라도 마감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서울로 '원정'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체험학습' 등의 명목으로 암암리에 서울의 기숙형 학원에 등록한다는 것. 이 경우 수강료는 2, 3주에 200만∼300만 원에 이르는 데다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더하면, 한 달에 500만 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수성구의 경우 자연계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마다 10~20명 정도가 서울의 논술학원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의 한 고3 담임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설학원의 논술 수강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오기도 한다."며 "이 경우 아이들이 느낄 불안감이나 부모의 자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입시전문가들은 일부 학원의 '족집게'식 고액 논술 강의가 실제 입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올해 통합논술의 경우 사회·문화·과학 전반에 걸친 상식과 기본 개념에 충실한 수험생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행수를 바라는 단기 논술반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논술에 우연성이 있었지만 올해는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실력 측정 성격이 강하다."며 "단기간에 집중 공부한다고 성적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는데도 논술의 변별력을 인질로 잡고 고액 강의를 하는 것은 반사회적인 범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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