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4선언 평화共存의 전기 될것인가

입력 2007-10-05 11:03:28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 선언이 발표됐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10개항에 대해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이다. 선언문 내용을 놓고 볼 때 이전의 합의나 선언에서 진일보한 내용도 있고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부분도 있다. 6'15 공동선언이나 상호 체제에 관한 정치적 고려에서부터 경제 내적, 외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경협 확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띠고 있는 것이 이번 선언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장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경협 확대와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실천사항들을 선언문에 넣었다. 비용관계를 떠나 경제협력사업이나 철도'도로의 공동이용 등 상호 벽을 허물고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구체적인 추진계획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명세서를 본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은 하나'라는 명분에 경도된 나머지 많은 부분에서 현실에 눈을 감아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핵 폐기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 추진,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 알맹이가 빠진 인도주의 협력사업 등은 문제가 있는 내용이다. 서해북방한계선(NLL)만 해도 원칙은 아랑곳없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공동어로수역 등 새 그림을 덧댐으로써 본질을 흐려놓은 것이다. 서로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못질을 해놓음으로써 향후 많은 논란의 여지마저 남겨버렸다. 몇 달 후 들어설 새 정부의 운신을 크게 좁히는 대목이다.

실천력 뒷받침 의문…난관 곳곳에

남북 정상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은 우리가 줄 것은 구체화한 데 비해 받은 것은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에 그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수표를 주고 어음을 받은 꼴이다.

우리가 준 것은 최소 10조 원대 이상에 달하는 경협사업이고, 받은 것은 서해평화협력지대와 약간의 인도적 사업이다. 그나마 해주경제특구 설치 등 서해평화협력지대는 NLL(서해북방한계선) 조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득실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나머지 안보 관련 사항들은 기존의 합의를 재강조한 상징과 선언적 내용들이어서 이해득실을 따질 계제가 못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따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것을 담아왔다고 자평했지만 보따리의 질에서는 밑진 장사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든 교류와 평화 번영의 전제조건인 비핵화 문제는 아예 건너뛴 상태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남과 북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검증할 것은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평화와 번영은 말로써 완성되지 않는다. 선언이나 합의보다는 적극적인 실천력이 더 신뢰감을 얻는다. 그러나 이번 선언의 실천력이 담보될 수 있느냐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의 돌발성은 상시적인 변수다. 1972년 최초의 남북접촉으로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42개의 선언과 합의서가 만들어졌지만 남북관계는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체제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북한으로서는 불리하면 언제든지 합의를 깰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남쪽에서도 이번 선언은 지키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체적 임기를 70여 일밖에 남겨놓지 않은 대통령이 국민들이나 국회의 사전 공감대 없이 만들어낸 선언이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국가보안법, NLL, 경협기금 확보 등 난제들도 수두룩하다.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냉랭한 시선을 극복하고, 국회의 사전 동의를 얻는 절차도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합의 이행의 대부분은 이번 선언과 무관한 차기 정부가 담당할 몫인데 얼마나 성의를 가져줄지도 의문이다.

두 정상이 남북관계의 전기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평화 번영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참여정부는 차기정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를 선행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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