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 대구의 민심은?

입력 2007-09-27 16:53:10

대구.경북의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른바 '이명박 대세론'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한나라당은 10년 만에 정권교체 꿈을 이룰 것인가?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00일쯤 뒤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술자리와 택시에서 대구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이명박 대선 승리할까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선 이전부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장경호(대구시 수성구)씨는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2002년 대선을 돌아 보라. 이회창 후보의 패배를 생각이나 했나? 당시 이회창은 대세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이명박 후보라고 이회창 후보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장담할 수 없다."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남경필 의원은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회창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곤 대선후보 구도가 아직 오리무중"이라고 말한바 있다. D-100 시점까지 이회창 후보는 이른바 대세였다. 2007년 현재도 범여권 후보는 오리무중이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범여권의 '깜짝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로는 누가 나와도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범여권에서 '쇼'를 통해 사람을 바꾸거나 대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승기(대구시 달서구)씨는 "대통합 민주신당의 이번 경선은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신당은 일단 후보를 뽑은 뒤 민주당과 범여권 장외 후보가 또 한판 결선을 치르거나 갈등과 다툼을 연출하며 흥행쇼를 벌일 것이다. 쇼는 아마 대선 후보 등록직전이나 후보등록 후 대선 직전 '단일화 흥행쇼'를 펼칠지도 모른다. 막판 쇼가 펼쳐지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임규명(대구시 달서구)씨는 "만약 노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서 이른바 '폭탄급 선언'이 나오면 분위기가 여당 후보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 다수가 큰 기대를 가질 합의가 나온다면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정화(대구시 북구)씨는 "아직 상대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 상대가 정해지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이남기(대구시 북구)씨는 이명박 후보가 '신북풍'이나 여하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후보의 도덕성이 아니라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좀 살아야 안 되겠나? 젊은 사람들이 취직할 데가 없다고 야단이다."고 이명박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다.

◇ 박근혜 지지자들 향방

역대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구'경북 득표와 비교해볼 때 이명박 후보의 현재 대구'경북지역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대구 71.6%, 경북 60.6%의 지지를 받았다. 2002년에는 대구 77.8%, 경북 73.5%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9월 중순 현재 이명박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 50∼70%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조사)보다 높다.

대구'경북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애정이 한몫을 한다. 경선 당시 대구에서 박 전 대표는 5천72표(68.3%)를 얻은 반면, 이 후보는 2천305표(31.0%) 득표에 그쳤다. 경북에서도 박 후보는 5천111표(53.0%)를 얻었지만 이명박 후보는 4천455표(46.2%)를 얻는데 그쳤다.

한나라당 경선 직후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 중 60% 정도는 이명박 후보 쪽으로 지지를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가 있었지만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지는 알 수 없다.

김모(대구시 달서구)씨는 15대,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고,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다수는 결국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여권이 미워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이명박 후보측이 박근혜 후보측에 더욱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2002년 대선 패배 후 이회창 후보의 정계은퇴 연설 때 눈물을 흘렸다는 박 모 할머니(대구시 달서구)는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미워했고 지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정권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입장도 있었다. 이명박 후보지지 입장인 유승기씨는 "15대 대선 때 대구'경북의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 경선 때 이회창 후보와 겨뤘던 이인제를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율이 높자 이인제 후보는 탈당해 독자적으로 출마했고, 결국 이회창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대구'경북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결과적으로 여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남 사람들은 '대선승리' 보다는 '자기고집' 대로 투표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뚜렷한 지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뚝심, 경제, 청계천, 성공한 서울시장 경력 등을 들었다.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지지는 맹목적일 수 있지만 충성도가 높아 보였다. 그러나 지지 이유가 비교적 분명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충성도는 '호감'수준으로 보였다.

◇ 범여권 후보에 촉각

기자가 만났던 사람들은 대체로 현재 거론중인 '대통합 민주신당' 후보로는 누구도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범여권에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이전처럼 '축제 분위기'로 띄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범여권이 '이자구도' 혹은 '삼자구도'로 대선 직전까지 밀고 간 다음, 단일화를 통해 순간 지지율을 증폭시킨 다음 대선에 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검증도 없고, 거품 빠질 시기도 없이 '바람몰이'로 한나라당 후보와 한판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택시 기사들은 "이번에는 여당의 바람몰이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뻔한 거 아잉교?" 라고 했다.

이외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 한나라당 일색인 대구민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현 정부와 여당을 밀어준 적이 없으면서 바라기만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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