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400일간의 남극 체류기·하얀 숨결, 남극

입력 2007-09-22 07:23:07

400일간의 남극 체류기·하얀 숨결, 남극/홍종원 지음/눈빛출판사 펴냄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극한의 지역이다. 평균 고도가 2천900m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2천700m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 6개월 동안 낮과 밤이 번갈아 계속되고 겨울철 평균 기온은 해안의 경우 영하 20~30℃, 내륙은 영하 40~70℃까지 내려간다. 이런 환경이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아 대륙 대부분이 처녀지로 남아 있다.

19세기 후반 처음 발견된 이후 남극은 호기심 많은 인간에게 끊임없는 탐험의 대상이 되었다. 1911년 아문센이 개썰매를 이용,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면서 탐험가들의 남극 정복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94년 허영호의 남극점 탐험대, 2004년에는 박영석의 원정대가 각각 남극점을 밟았다.

남극은 미래세대를 위한 귀중한 자원의 보고로 남아 있다. 1950년대 남극조약이 맺어진 이래 세계 여러 나라들이 상주과학기지를 세우며 남극 지분 확보에 나선 이유도 개발되지 않은 막대한 양의 광물과 생물 자원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88년도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 건설하여 남극 해저 지질조사사업, 지구변화 및 오염에 따른 남극생물의 유전자 발현과 검색물질 개발 및 남극해 유용생물자원 개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400일간의 남극 체류기'와 '하얀 숨결, 남극'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의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2004년 12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세종과학기지 18차 월동대 의무대원으로 남극에 체류하면서 겪은 그 곳의 자연과 생활을 담은 책이다.

'400일간의 남극 체류기'는 출발에서 귀환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겪은 경험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의대 6년, 인턴, 레지던트까지 모두 11년의 힘든 세월을 무작정 달려 온 저자는 정리 되지 않은 막연한 동경을 안고 남극 의무대원을 자청, 세종과학기지에 합류했다. 저자가 남극에서 처음 만난 것은 거센 바람과 강추위, 예고 없이 무너져 내리는 빙산, 눈에 덮인 채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 등 살풍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저자는 남극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위압적인 크기로 숨을 멎게 만드는 빙산, 수평선까지 얼음으로 뒤덮인 차가운 바다,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 호기심 많은 펭귄 등 남극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움을 수식없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또 눈 구덩이를 파고 겨울철 토양 생물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얼음 대륙에서 스쿠아 연구에 매달리는 조류학자의 열정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사고들을 목격하고 수습하는 과정도 소상하게 기록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기지 실종대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가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 크레바스에 빠졌던 일 등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비화들도 소개되어 있다.

'하얀 숨결, 남극'은 저자가 직접 촬영한 200여 장의 컬러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종과학기지 생활상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빙산과 빙하, 아름답지만 위험천만한 크레바스, 블리자드, 낭만적인 남극의 밤하늘, 남국의 주인인 펭귄, 위협적인 스쿠아, 세상에서 가장 태평한 해표 등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더욱 특별한 남극의 속살을 아낌없이 느낄 수 있다. 400일간의 남극 체류기 464쪽, 1만 5천 원. 하얀 숨결, 남극 216쪽, 2만 8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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