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간고등어의 '최상의 맛'의 비결

입력 2007-09-20 17:10:50

▲간고등어

고등어에 소금간을 하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고등어를 잡자마자 즉석에서 배를 따고 간을 하는 형태가 있고, 두 번째로는 포구에 도착하여 간을 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소비지역까지 운반하여 간을 하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안동간고등어는 세 번째 방법을 택했다. 안동까지 옮겨와 소금간을 하는 것이다.

배에서 내린 고등어를 수레에 싣고 새벽 어스름녁에 출발하면 날이 어두워 져서야 황장재를 돌아 신촌약수탕에서 하룻밤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에야 겨우 임동면 챗거리에 도착에 고등어를 상인들에게 넘길 수 있었다고. 이렇게 하루를 넘겨 생선을 운반하다 보면 생선은 상하기 직전의 상태가 된다. 여기에 안동 간고등어의 맛의 비결이 숨어있다. 생선은 본래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는데 안동까지 운반해 온 뒤 소금간을 하게 되면 가장 맛있는 간고등어가 된다는 것. 손상락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은 "어쩌면 안동간고등어의 맛의 비결은 자연 지리적 조건이 안동주민에게 안겨준 선물"이라고 했다.

안동에 도착한 생고등어는 배를 따고 내장을 제거한다. 그리고는 바닷물과 똑같은 염도의 간물에 넣어 핏자국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물론 자반의 육질을 단단하게 굳힌다. 그 다음 하는 일이 바로 '간잽이'로 유명한 '염장지르기'. 그 맛의 비결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간에 있다. 그 후 24시간의 숙성 과정에서 육질이 깊어도 질기거나 팍팍하지 않게 단맛을 내고 비린내를 가시게 하는 것이 안동 지역에서 숨어내려오는 맛의 비결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간잽이 이동삼씨

"먹을 것이 부족하던 보릿고개 때, 그저 한 가지 기술만 익히면 밥 먹을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등어 행상단에 들었던 게 벌써 48년이나 됐지."

안동 간고등어 특유의 맛을 결정하는 간잽이로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동삼(66) 씨. 14살에 동해안 영덕에서 내륙인 안동을 오가며 해산물을 거래하는 해상단에 입문, 고등어와 인연을 맺은 이 씨가 능숙한 솜씨로 배 가른 고등어에 소금 간을 하고 있다. 투박하고 거친 손이지만 고등어 깊은 등살 속으로 소금을 뿌리는 모습은 기계처럼 정확하다. 한 번 쥐는 소금의 양도 15~20g을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만든 간고등어를 내 집 식구들이 먹는다고 생각해봐. 어떻게 허투루 만들 수 있겠어."

이 씨는 본격적인 간잽이 작업에 앞서 소금간물(습식염장 공정)을 손에 떠 맛을 봤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동 간고등어의 깊은 맛을 내기위한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예전 안동지역에서는 식구가 열명이 넘는 대가족이 많았다. 그럼에도 고등어 한손을 사면 적어도 며칠은 밥상에 올랐다. 유통을 위해 그만큼 짜게 염장이 됐기 때문이다. 해상단 견습시절과 어물전 가게주인 등을 거치면서 이 씨는 이렇게 짤 것이 아니라 맛있는 간고등어로 염장할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됐다. 많은 시행착오도 따랐다.

"정확한 세월은 몰라도 그동안 (염장방법이) 실패해서 버린 고등어만도 산을 이룰거야."

이런 노력 끝에 오늘날 안동 간고등어의 그 맛이 이 씨의 손에서 탄생하게 됐다.

안동 간고등어는 먼저 깨끗이 손질한 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물로 잘 씻어낸다. 그리고 나서 간물에 1~2시간 담가진다. 이 때 고등어의 비린 맛이 빠지면서 육질은 더욱 맛있어진다. 고등어도 봄과 여름보다 가을과 겨울에 잡힌 살 오른 것들만 사용한다.

간잽이가 끝나면 24시간 저온숙성을 통해 육질의 탄력과 간이 고루 배게 한 다음 제품포장으로 들어간다. 이씨는 올 4월 명인(名人)이 됐다. 그럼에도 추석대목을 맞은 요즘 후계자 한명과 함께 하루 약 2만손의 고등어를 간 한다.

현재 안동지역에는 10여개가 넘는 아류 간고등어가 나오고 있지만 이씨가 직접 간하는 '안동 간고등어'의 맛은 따르지 못하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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