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원묘지 무연고 최고 30%…효 사상 퇴색·해외 이민 늘어난 탓
지난 주말 두 아들과 함께 상주에서 벌초를 한 이정기(61) 씨는 잡초가 무성한 근처의 한 무덤이 마음에 걸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말끔했던 무덤이 무슨 이유에선지 버려진 것 같았던 것. 이 씨는 "내 무덤도 나중에 이렇게 버려질까 씁쓸했다."고 했다.
한쪽에선 추석 성묘가 한창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지는 '무연고 묘지'가 넘쳐나고 있다.
묘지 7천 기의 경산 한 공원묘지. 4년 전 '연고자는 공원관리사무소로 꼭 연락바랍니다.'라고 적힌 스티커가 300~400기까지 붙어 있었다. 이사를 하거나 해외 이민 때문에 연고자의 연락이 끊기면서 5년 이상 관리비를 받지 못한 묘지들. 일부러 관리비를 내지 않는 후손도 더러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 묘지는 더 이상 찾아오는 후손이 없다. 이곳 관리소장은 "별 효과가 없어 지금은 스티커를 더 이상 붙이지 않지만 600기 정도까지 관리비 장기체납 묘지들이 늘었다."며 "그나마 묘지가 들어선 지 30년이 넘지 않아 다른 오래된 곳보다는 무연고 묘지가 적다."고 했다. 사설묘지업체들에 따르면 경북 23개 공원묘지의 묘 중 5~10%가 같은 처지고, 효의 의미가 점차 퇴색해 가는 시대 정서상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장묘 문화 역시 49제에서 3·5일 탈상으로 달라진 지 오래고, 최근에 새로 들어오는 전체 묘지의 30%는 아예 당일 탈상으로 더 짧아졌다는 것.
관리비를 내지 않는 공립으로 민간에 위탁 운영되는 대구 공원묘지 4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승교 현대공원 관리부장은 "대구시립공원묘지(4천 기), 동명가족묘지(3천 기), 동명 공동묘지(2천300기), 성서공동묘지(3천400기)의 전체 묘 중에서 20~30%는 단 한 번도 꽃을 볼 수 없었다."며 "더 이상 찾는 이가 없는 무연고 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화장률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립화장장에 따르면 2006년 이곳에서 화장을 한 15세 이상 성인은 모두 7천935구로, 2004년 7천77구, 2005년 7천488구에 비해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구 화장률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0년 31.58%에 그쳤던 대구 화장률은 2001년 40.74%로 껑충 뛰었고, 2005년 49.03%에 이어 지난해 50.79%를 기록한 것. 보건복지부는 2010년 전국 화장률은 7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원묘지 관계자들은 "화장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올해 새로 생기는 묘지들은 예년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의 후손들이 모두 죽고 나면 모든 묘지들이 '무연고'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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