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이 좋다] 뱃살, 넌 한주먹 감이야

입력 2007-09-08 07:23:13

▲ 샌드백과 미트를 치며 땀흘리는 사람, 링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스파링을 하는 사람들로 복싱클럽엔 열기가 가득하다.
▲ 샌드백과 미트를 치며 땀흘리는 사람, 링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스파링을 하는 사람들로 복싱클럽엔 열기가 가득하다.
▲ 40대 후반의 나이로 복싱에 입문한 지 5개월이 된 이대희 씨는
▲ 40대 후반의 나이로 복싱에 입문한 지 5개월이 된 이대희 씨는 "샌드백을 치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진다."고 했다.

"날씨도 선선해졌는데 운동이나 해볼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자취를 감추고, 가을 분위기가 확 감돌면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다지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정초 무렵만큼이나 많은 게 바로 이 시기다. '시작이 절반'이란 말처럼 운동도 첫 발을 잘 떼는 게 중요하다. 가을에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알찬 정보를 모았다.

3일 오후 8시 대구 수성구 만촌3동의 한 복싱클럽. 대부분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르거나 술집으로 향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복싱 열기로 후끈 달라 올랐다. 초등학생과 20대 직장 여성, 30·40대 직장인, 30대 주부, 50세가 넘은 중년의 신사 등 2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링에 오르기에 앞서 파워 워킹, 또는 줄넘기로 몸을 푸는 사람, 날렵한 폼으로 샌드백과 미트를 치는 사람, 커다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사람, 가쁜 숨을 토해내며 링에서 스파링을 하는 사람…. 모두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고, 운동복은 흠뻑 젖었다.

복싱클럽 중간에 매달린 샌드백을 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대희(48·솔루웨이브 관리이사) 씨. 복싱을 시작한 지 5개월 된 그는 능숙한 폼으로 샌드백을 두들겼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절감했어요. 뱃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오랜 시간 잠을 자도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하는 등 몸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뱃살도 없애고 체력을 다지기 위해 복싱클럽의 문을 두드렸지요."

복싱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 씨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3개월 만에 체중이 3kg 줄어들고, 몸에는 힘이 붙었다. "요즘에는 오전 6시 이전에 일어나더라도 몸이 개운하지요. '운동이 약보다 낫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복싱의 매력에 빠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싱클럽을 찾는다는 이 씨는 하루 1시간 30분 정도씩 운동을 즐긴다. 줄넘기와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며 몸을 풀고 이어 섀도복싱(Shadow Boxing: 상대편이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공격·방어·풋워크를 혼자서 연습하는 것)과 샌드백 치기를 한다.

이 씨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운동을 새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복싱은 한 달만 운동을 하면 그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복싱은 발끝에서 머리끝까기 움직이는 전신운동이어서 운동효과가 뛰어나지요. 정신없이 샌드백을 치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쌓인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도 복싱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건강 또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2003년 개관한 이 복싱클럽의 회원도 크게 늘었다. 평상시엔 100명에 이르고, 많을 땐 200명에 육박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56세의 남성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여성의 비율이 30%에 이르는 것도 놀랍다.

경찰관인 김현정(28·여) 씨는 직장 동료가 복싱을 하는 것을 보고 복싱클럽에 나오게 됐다. 복싱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된 베테랑이다. "건강도 다지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어요. 꾸준히 복싱을 했더니 체력이 좋아지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3교대 근무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쉽지만 1주일에 2, 3번 복싱을 하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경찰서에 출근하기 전 2시간 정도 복싱을 해요.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성취감과 더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예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고 겸손해 하는 김 씨는 주무기인 스트레이트와 함께 요즘엔 어퍼컷을 연마하는 데 땀을 흘리고 있다. 내년에는 선수로 등록해 시합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남자들이 주로 하는 격한 운동'이란 선입견 탓에 저도 복싱을 시작하기 전엔 여자가 하기 힘든 운동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복싱을 하고 보니 여성에게도 매우 적합한 운동이란 것을 실감하게 됐지요. 도전할 수 있고, 자신을 수양할 수 있다는 게 복싱의 매력입니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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