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중 하루꼴 작업…공사비 증액 불가피
'참 죽을 맛입니다.'
서구에 위치한 L사의 아파트 공사 현장은 요즘 망치소리보다 조용한 날이 더 많다. 폭염과 이어지는 비로 6월 이후 제대로 공사를 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
현장 관계자는 "6월에는 타워크레인 파업, 7월에는 장마, 8월 이후부터는 폭염에 이은 비로 아침에 눈 뜨면 하늘부터 쳐다볼 정도"라며 "이달 말에는 추석 연휴까지 있어 공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6월부터 이달 6일까지 1천 가구가 넘는 이곳 아파트 공사 현장 공사일지에 기록된 '작업손실 일수'는 무려 49일. 이틀 중 하루꼴로 일을 하지 못한 셈이다.
L사 관계자는 "매달 목표 공정률이 5%지만 6월 이후에는 공정률이 3.2~3.5%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매달 20~30억원씩의 공사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공사비 증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이어지는 비'로 현장 공사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공기 지연'이 금전적 손실로 직결되지만 비가 그치지 않는 이상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가뜩이나 힘든 경영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탓이다.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통상 아파트 현장은 예상 준공일보다 한두 달 정도 빨리 공사를 끝내 일반 관리비 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익률을 올린다."며 "실내 공사가 가능한 현장을 빼고 골조나 토목 공사를 시작한 현장들은 손실액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입주를 앞둔 현장들은 준공 날짜를 맞추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
조경이나 주차장 바닥 타설, 도장 공사 등 마감 작업 대부분이 비가 내리면 아예 공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에 따라 일부 현장은 '천막 공사'를 하거나 주차장 바닥 콘크리트를 비용이 비싼 고강도 콘크리트로 대체 하는 등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우천 공사'를 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무더위가 끝나는 9월부터는 공사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지만 계속 비가 내리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며 "10월 이후에도 비가 이어지면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부실 공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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