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집, 어떻게 4천원?

입력 2007-09-06 17:00:13

미국산 소고기도 등급이 있다. 최고인 프라임(Prime)부터 초이스(Choice), 셀렉트(Select), 스탠더드(Standard), 커머셜(Commercial), 유틸리티(Utility), 커터(Cutter), 캐너(Canner)까지 8등급으로 나뉜다. 이전에 한국에 수입된 등급은 60% 넘게 초이스급 이상인데, 프라임은 많아야 3%이고 보통 1~1.5%뿐이다. 프라임(Prime)은 한우 1++등급, 다음 등급인 초이스(Choice)는 한우 1+등급, 셀렉트(Select)는 한우 1'2'3 등급에 해당한다. 셀렉트 아래에 있는 등급은 젖소나 늙은 소에서 얻은 고기로 육질이 질기고 맛이 떨어진다. 소비자가 직접 사서 먹기보다는 공장으로 보내져 햄이나 즉석 스테이크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한국에 수입되는 등급은 대부분 초이스급 이상이다. 마블링이 좋아 육질이 부드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우와 비슷하게 사육돼 한국식 구이 요리에 적합하다고 수입육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호주산은 미국산과 같은 등급은 없다. 호주나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방목으로 키운 청정우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방목은 오히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맛지 않았다. 다소 질긴데다 흔히 말하는 '누린 내'가 많이 난다며 소비자들이 꺼렸다. 때문에 한국 시장을 겨냥해 일본소 '화우'와 호주소 교배종인 '와규'를 만들고, 아울러 도축 전에 일정기간 곡물 사료를 먹여 마블링을 좋도록 만든다. 결국 호주 소는 도축 전 얼마나 오랜 기간 사료를 먹였는가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60일, 90일, 180일, 300일 이상 등으로 나뉘며 그에 따라 가격도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면 100g 1인분에 4천 원짜리 고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호주산 방목 소고기이다. 미국산만 돼도 값이 비싸서 이런 가격에 소매할 수 없다. 다만 호주산 방목육은 미국산(초이스 등급 기준)보다 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저가형 판매가 가능하다.

초이스 등급을 기준으로 미국산 소고기 갈비살의 수입단가는 1kg에 1만 4천 원. 수입업자가 유통업자에게 넘기면서 약간의 마진을 붙여 1만 5천 원 정도로 값이 오른다. 그리고 1, 2차 유통 및 가공단계를 거쳐 식당에 납품되는 가격은 1kg에 2만 5천 원. 따라서 비교적 고급형 수입 소고기 판매점은 100g에 8천 원 정도를 받는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고기는 미국산이거나 호주산 곡물 소고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4천~5천 원대 저가형 전문점은 상황이 다르다. 이곳에 들여오는 소고기는 호주산 방목 소고기(곡물 사육 기간이 매우 짧은)이기 때문에 식당에서 매입하는 가격이 1kg에 1만 8천 원으로 떨어진다. 100g으로 따지면 1천 800원인 셈. 물론 숯불 피우는 비용이나 다른 식재료비, 인건비, 점포 임대료를 감안하면 100g에 4천 원에 팔기는 무리다. 전문가들은 식재료비가 판매가의 30%가 적당하다고 말하지만 저가형 소고기집의 경우, 재료비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수입육 전문가들은 현 시장을 박리다매 또는 출혈경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산 소고기가 대량으로 공급돼 수입 소고기의 도매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시장 선점을 위해 프랜차이즈를 확대하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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