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 기적' 주민들이 일궈낸다

입력 2007-09-04 09:43:59

대구 '새벗도서관' 3만5천권 장서 결실

▲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대구 사립문고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15명의 주부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마련한 남산그린아파트 새마을 문고.
▲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대구 사립문고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15명의 주부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마련한 남산그린아파트 새마을 문고.

9월은 독서의 달!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도서관이 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구의 작은 도서관은 전국 6대 도시와 비교해 양과 질 모두 평균에 한참 모자라고, 책은 들여놨지만 곧 문을 닫는 작은 도서관이 많은데다 정부 정책 및 지자체 관리 또한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왜 동네 도서관인가

지난해 6월 25일 대구 중구 남산그린아파트. 15명의 평범한 주부들이 일을 냈다. 공간은 있는데 운영비가 모자라 2년째 놀리고 있던 작은 도서관을 개관한 것. 109㎡의 좁은 장소지만 50석의 열람석과 3천 권의 책을 들여놨다. 아파트 주민들에게서 책을 기증받았고 서울, 경기의 마을문고까지 발품을 팔아 책을 구했다. 엄마들은 도서관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주 3회씩 번갈아 가며 관리를 맡고 있고, 덕분에 회원 300명이 하루 평균 120권의 책을 읽는다. 김향분(41) 대표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가까운 도서관이 없어 안타까워 마련하게 됐다."며 "지금은 유아나 초교생들이 '주고객'이지만 중·고교생은 물론 주민 전체가 마음껏 책을 읽는 곳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6년 한 해에만 13곳의 사립문고가 새로 문을 열었고, 올해도 수성구 한 곳에서만 4곳이 더 늘었다.

13일 제1회 대한민국 도서관 축제가 펼쳐지는 서울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제1회 테마로 '온누리에 작은 도서관'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국립중앙도서관이 주최하는 이 행사엔 '대구 대표 선수'로 새벗도서관이 '출전'한다. 새벗도서관은 대구판 기적의 '작은 도서관'. 1989년 50㎡ 남짓 공간에 2천 권도 겨우 채워 넣었던 새벗도서관은 18년이 지난 현재 330㎡에 3만 5천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책을 읽을 곳도 볼 만한 책도 없었던 시절에 대구 최초의 사립도서관으로 출발, 올 여름 방학엔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양과 질을 인정받은 것. 새벗도서관은 13일 행사를 통해 작은 도서관의 의미와 역할, 도서관이 걸어온 발자취를 홍보 부스를 통해 전시할 계획이다.

◆아직은 먼 길

그러나 대구의 작은 도서관은 양과 질 모두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2005년 현재 대구의 작은도서관(사립문고)은 61곳에 그쳐 서울(571곳), 부산(130곳), 인천(77곳), 대전(69곳)에 뒤졌고, 전국 6대 도시 가운데 광주(42곳) 다음으로 가장 적었다.

질도 낮다. 대구의 작은 도서관은 새로 생기는 만큼 폐관도 부지기수인 것. 국립중앙도서관이 조사한 2006년 말 현재 대구의 사립 문고는 65곳으로 2005년보다 겨우 4곳이 늘었다. 2006년 한 해 13곳이 새로 생겼지만 기존의 9곳은 문을 닫았기 때문. 지자체 또한 작은 도서관 관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2006년 조사에서 18곳으로 파악된 수성구 사립문고 중에는 이미 오래전에 3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기초 조사 뒤 현장 실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됐다."며 "작은 도서관은 폐업 신고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고, 다른 구청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립문고 관계자들은 이 같은 잦은 폐업에 대해 좋은 책을 제때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영비를 자부담하다 보니 문고 관리만으로도 벅차고, 당연히 읽을 만한 책들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사립문고에 대한 대구시 및 정부의 올해분 지원금은 2천160만 원에 지나지 않아 폐관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고 지원금을 늘리기도 어렵다. 대구의 상당수 사립문고들이 순수하지 못한 탓. 학원 부설이나 장사 목적으로 설립한 문고들이 많아 무조건 돈을 지원하다보면 문제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남희 새벗도서관장은 "현재의 정부 정책은 작은 도서관을 짓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작은 도서관의 옥석을 구분해 어떤 도서관을 지원해야 할지 결정하고 구체적인 관리 지침 및 지도·점검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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