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유급제 이후 1년하고 반 년이 훌쩍 넘었다. 시행 초 의원 유급제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바쁜 삶 속에서 금방 잊혀졌고 지금은 시민들이 지방의원이 유급인지 무급인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다시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발단은 서울 강남구에서 현재의 의정비가 적다면서 내년도 의정비를 현재보다 120% 올린 1인당 6천만 원 선으로 잠정 결정하면서 시작되었고, 부산을 비롯해 다른 의회도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인상물결이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담합한 결과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에서 지난달 전국 15개 시도별 협의회 앞으로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 현실화 필요성'이라는 문서를 보냈다. 주내용은 시·군·구 의원의 연봉을 해당지역 부단체장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며, 인구 15만 명 이상은 4천770∼7천100만 원으로 연봉을 올려야 한다며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해 놓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경제상황은 계속 힘들어지고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다 실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의회에 이토록이나 많은 임금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한 언론의 사설에서는 '후안무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원래 지방의원은 무보수명예직이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명예로운 자리인 것이다. 실제로는 유급제 이전에도 의정활동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예산이 지출되고 있었다. 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의원들의 영리행위를 제한하고 의정에 충실하게 하는 방법이 없다는 명목이 주가 되어서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의해서 의원들의 유급제가 실현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지방의원의 유급제 이후에도 의원들의 겸직은 허용되고 있으며, 영리행위는 전혀 제한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초의회까지 정당공천제가 함께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활동보다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누구를 지지한다.' 등의 활동을 더욱더 열심히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결국 지방의원 유급제의 원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유급제와 더불어 '겸직금지'와 '영리활동 제한' 그리고 '정당공천 폐지'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방의원의 겸직금지와 영리활동 제한은 조례로 정하면 될 것이고, 정당공천폐지는 국회에서 해야 될 몫인 것 같은데 과연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스스로 할지는 모르겠고,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내용이기 때문에 지금의 의정비 인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작금의 현상황에 대해서 개선이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내 임금이 많다 적다를 판단하는데 주관적인 판단의 기초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만일 매일 연봉 1억 원 이상 또는 몇 십억 이상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 만난다면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이 한없이 적어보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매일 시장의 가판대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과 하루 종일 계산대에서 떠날 수 없고 휴일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만난다면 받고 있는 임금이 많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정비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회의 의원들이 누구를 만나고 누구의 요구를 듣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서민의 눈높이에서 현 의정비도 적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법 제36조에 명시되어 있는 의원의 의무를 그대로 옮기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제36조(의원의 의무) ①지방의회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②지방의회의원은 청렴의 의무를 지며,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김경민 (대구YMCA 중부지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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