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독서왕 만들기 비결은 부모손에…

입력 2007-09-01 07:10:03

귀담아들을 '책고리 이야기 봉사회' 회원들의 경험담

▲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책고리 이야기 봉사회 회원들이 어린이들에게 읽어줄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책고리 이야기 봉사회 회원들이 어린이들에게 읽어줄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우리 아이를 '독서왕'으로 만드는 비결은 없을까요?" 책을 가까이하기보단 TV, 컴퓨터 게임에 빠진 자녀들을 지켜보며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아이의 평생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상력과 창의력, 사고력의 뿌리가 어린 시절 독서 습관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자녀들이 책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해답은 부모에게 있다. 대구 효목도서관 '책고리 이야기 봉사회' 회원들로부터 비결을 들어봤다.

여섯살부터 초등학교 3학년인 열살까지를 '독서 지도의 황금기'로 일컫는다. 아흔살까지 이어질 독서 습관이 이 시기에 형성되기 때문. 여섯살쯤 되면 인지발달 단계상 줄거리를 조리있게 얘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이때부터 착실히 단계별로 책을 읽어두면 초등학교 3학년쯤에는 가속도가 붙어 닥치는 대로 읽는 '다독의 시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독서 지도의 황금기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태아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게 김용화(39·여) 책고리 이야기 봉사회 회장의 조언. "첫 애를 가졌을 때 조카를 집에서 봐줬는데 그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자연스럽게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한 태교를 책으로 해준 셈이지요. 태어난지 100일 때부터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형제를 두고 있는 김 회장은 "어려서부터 엄마는 물론 아빠도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다."며 "그 덕분에 크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독서를 통해 이해력과 집중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열살, 일곱살 자매를 둔 김희경(37·여) 회원은 아이들이 다섯살일 때부터 도서관을 함께 다니며 책과 친해지도록 도왔다. "처음에는 애들이 자기 전에 그림책부터 읽어줬지요. 제가 책을 미리 읽어보고 애들에게 주거나, 아니면 같이 책을 읽으며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지금은 애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책과 친해졌습니다."

'부모가 읽으면 아이도 읽는다.'는 인식을 갖고, 우선 부모가 한 달에 최소 한 권이라도 읽으며 자녀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책고리 이야기 봉사회' 회원들의 이구동성. 집에 돌아와서 곧장 TV를 켜는 아빠들이나 하루 종일 TV를 켜놓은 가정에서는 책 읽는 분위기가 자리잡기 힘들다는 얘기다. 엄마, 아빠가 먼저 책을 읽어야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자매를 둔 김란숙(40·여) 회원은 자녀들의 독서 지도에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일부 부모들은 몇십만 원짜리 전집을 사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는 데 매우 잘못된 것이지요. 어린이 전문서점에 직접 가 단행본으로 된 그림책을 읽어본 후 구입해 애들에게 읽어줬어요. 두세살 때 읽어준 책을 지금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처음 접하게 했는가가 평생의 독서 습관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집을 살 때엔 비싼 가격 때문에 오래 보게 할 욕심으로 아이의 수준보다 훨씬 앞선 것을 사거나, 아이에게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엄포를 놓고 책 읽기를 강요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김 회원은 또 "어떤 부모들은 두살 정도된 아이에게 그림책에 나오는 글자를 가르치려 한다."며 "글자의 의미도 모르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할 경우 책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열두살, 아홉살 자매를 둔 이영주(39·여) 회원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림과 글이 같이 있는 책을 아이가 직접 읽을 땐 글만 머리에 들어오지 그림은 잘 들어오지 않아요. 책을 읽으며 상상을 하지 못하지요. 반면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단어의 의미가 생생하게 전달되고, 그림까지 보며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간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정이 새록새록 생기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독서는 즐겁고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하면 아이에게 독서란 지겨운 것, 또 하나의 학원 숙제라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좀 읽어라.'는 강요보다는 '우리 책 읽을까?'라고 권유하듯 말해, 아이가 스스로 독서를 '선택'한다는 느낌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녀들이 책을 읽은 후 제목과 날짜, 지은이, 출판사 등을 기록하는 간단한 '독서 노트'를 쓰도록 하는 것도 권할만하다.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엔 도서상품권 등 선물을 줘 독서에 대한 동기를 유발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우리아이 독서왕 만드는 비결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보다 부모가 먼저 책을 들어라.

▶자녀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태아 때부터 하면 좋다.

▶책과 친해지도록 서가를 거실에 마련한다.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줘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전집보다 서점에 함께 가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단행본을 사준다.

▶5학년이라도 그림책으로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줘라.

▶열심히 책을 읽는 아이에겐 선물을 줘 독서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라.

▶독서의 효과를 두고 조급해 하지 마라. 효과는 나중에 반드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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