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눈 돌리니…세계는 넓고 할 일도 많더라
국내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20, 30대 젊은 구직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취업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고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어학실력을 쌓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하지만 해외취업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까다로운 자격요건과 부족한 정보, 의사소통 문제 등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지역 대학생들의 '해외 취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
이혜미(24·여·계명대 졸업) 씨와 서유미(23·여·동국대 경주캠퍼스 4년) 씨는 최근 베트남항공 여승무원으로 취업이 확정돼 첫 출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씨는 "오래전부터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호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해외항공사 취업준비에 매달렸다. 외국항공사의 시험과정은 까다로웠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작문, 그룹토의, 최종면접 등 넘어야 할 벽이 많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외국항공사 입사시험에서 두 번 불합격했다. 이 씨는 "모두 최종면접에서 탈락됐기 때문에 불합격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몰라 답답했다."면서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새롭게 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처음에는 외국에서 살 수 있다는 것만 동경했었는데 중요한 것은 서비스정신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됐다."면서 "승무원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동시통역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서 씨도 캐나다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서 씨는 "국내 항공사는 외모를 주로 보는 반면 외국항공사들은 실력을 더 인정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외국항공사 입사준비를 하면서 체중을 12kg 정도 감량했다."면서 "면접 과정이 어려운 만큼 스릴도 있었다."고 웃었다.
서 씨는 "외국항공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채용정보를 꼼꼼히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남들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외국항공사 준비를 한다면 곧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승무원 생활을 오래한 뒤 승무원취업 준비서적을 펴내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IT 기업으로
정광재(29) 씨도 최근 일본 도쿄에 있는 한 IT 기업으로 취업이 확정됐다. 정 씨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는 지난 2002년 영남대 경영학과를 중퇴했다. 정 씨는 "중국 대학으로 유학하려고 준비했다가 불합격되면서 영어도 공부하고 식견을 넓히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어학공부를 하면서 2년제 칼리지를 졸업했다. 그 뒤 미국의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학비가 부족한 데다 정규직으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지난해 3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 씨는 막막하기만 했다. 학교로 돌아가 졸업하려고 해도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취직은 더 어려웠다. 대학 중퇴 학력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일본 IT기업 취업에 대해 알게 됐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정 씨는 "일본어 공부는 자신있었지만 컴퓨터를 켜고 끄는 방법도 모르는 완벽한 컴맹이었다."고 웃었다. 막상 취업준비를 시작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10개월의 교육과정이지만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과정을 다시 한번 들어야만 했다.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컴퓨터 프로그램과 씨름했다.
정 씨는 "친구들은 '해외파'라고 부러워한다."면서 "일본에서 다양한 경험과 실무경험을 쌓은 뒤 무역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외국어 실력·전문기술 갖춰라"
해외취업으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는 많은 반면 실제 취업자수는 적다. 의욕만 앞선다면 국내처럼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탄탄한 외국어 실력과 전문기술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도움으로 해외취업을 준비할 때의 유의점에 대해 알아봤다.
▶반드시 취업비자를 받아야=관광비자로 출국한 뒤 현지에서 취업비자를 신청하면 쉽게 해외취업이 가능하다고 현혹하는 업체는 신뢰하기 어렵다. 해외취업 희망자들은 정식 취업비자 발급 시간이 늦어지면 비자종류에 관계없이 우선 출국부터 서두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식 취업비자가 없으면 합법적인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고용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현지국의 노동자들과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어학능력과 직무능력 갖춰야=우선 고용주가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어학능력을 갖춰야 한다. 어학능력이란 토익, 토플 등 점수위주의 어학실력이 아니라 고용주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IT분야의 일부 자격을 제외하고는 국가 간 자격 상호인정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직무경험 및 역량을 고용주에게 설득하는 것이 취업의 지름길이다.
▶정확한 기업 정보 파악=취업 확정 통보를 받으면 근무할 국가와 기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본 뒤 직접 기업담당자와 상담해 업무와 기업 위치, 생활조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 중간 에이전트들이 주는 정보는 한번은 '가공된 정보'이다. 고용주가 직접 방한해 인터뷰를 할 경우 모든 의문사항을 꼼꼼히 질문해야 한다.
▶믿을 만한 전문기관과 상담해야=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해외취업 알선업체 및 헤드헌터와 수시로 상담하면서 업계동향이나 취업정보를 얻어야 한다.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와 경력관리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기관의 공신력을 확인하려면 국외 유료직업소개업체의 경우 노동부에, 해외이주(이민)공사의 경우 외교통상부에 신고·등록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외취업은 장기전=업체에 지원하고 면접을 거쳐 근로계약을 맺은 뒤 취업비자를 받고 출국하기까지 최소한 3개월에서 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급한 생각은 금물이다. 취업대기자는 구인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게 되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등 성급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취업비자의 발급시간은 해당정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비자발급 소요시간을 단언할 수는 없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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