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선재아트센터 '이너 랜드스케이프전'

입력 2007-08-27 08:54:20

'보이는 풍경' 넘어 '느끼는 풍경'

미술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소재는 자연, 그 중에서도 풍경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가장 사실적으로 그리던 회화의 역사는 그 영역을 확장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그려내기도 하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관념을 이야기하는 등 다양하게 확장해 왔다.

경주 선재아트센터(www.artsonje.org)는 11월 11일까지 여는 '이너 랜드스케이프(Inner Landscape)전'을 통해 단지 보이는 풍경을 넘어 작가들이 주변을 통해 느끼는 '내적 풍경'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나디아 로로, 존 M 암리더, 토마쉬 치에치에르스키, 배병우, 이정진, 주명덕, 박영남, 정서영 등 8명의 작가는 설치와 사진·회화·조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선별됐다. 이들은 잠재된 기억과 사물에 대한 인상을 '풍경'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드러낸다.

그 결과물은 '복잡한 심리적 충동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감성의 원근법으로 사물을 왜곡하고, 강렬한 욕망의 빛으로 사물을 비추며 예기치 못한 형태의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전시장 입구에 넓게 자리한 나디아 로로(Nadia Lauro)의 설치작품 '소리를 듣다(I hear voices)'는 살아있는 건축물이자 상상의 풍경이다.

짙은 회색 야생동물 가죽으로 뒤덮인 바위는 바다의 섬 또는 우주의 행성처럼 연출됐다. 음향이 곁들어진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만지거나, 그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정서영은 다양한 의미를 담은 '전망대'로 익숙한 사물을 통해 낯선 풍경을 빚어냈다.

플럭서스(Fluxus)와 네오다다(Neo-Dada)·팝아트(Pop Art)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예술세계를 지향하는 스위스 출신 작가 존 M 암리더(John M Armleder)는 산업도료를 이용해 그린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거칠게 표면을 드러내는 작품은 '우연을 통해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본다.'는 작가의 이상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개척자인 주명덕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역동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담은 근작 '도회풍경(Townscape)'을 공개한다.

흰색 바탕을 경쾌하게 활보하는 붓 터치가 인상적인 폴란드 화가 토마쉬 치에치에르스키(Tomasz Ciecierski)의 작품은 하나의 작품 속에 과거와 현재를 한꺼번에 담는 화법으로 그려낸 인간 심성의 복잡한 내면을 총체적으로 표현했다.

소나무에 대한 우리의 향토적·서정적 이미지를 오랫동안 추구한 배병우와 긴 세월에 걸쳐 침식된 모래 기둥을 찍은 이정진의 사진 작품도 흑백의 캔버스에 붓 대신 손가락만으로 그린 박영남의 회화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측은 "건조하고 무관심한 일상 속에서 사물과 교감하는 법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주변과 대화하고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너무나 좁아져 버린 우리의 내적 풍경을 다시금 확장시켜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054)745-7075.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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