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허름한 뒷골목.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세워 놓고 한 대는 유리창을 조금 깨 놓았다.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그냥 세워 둔 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에는 배터리가 없어지고 타이어도 사라졌으며 낙서와 오물 투기로 인해 며칠만에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됐다.
일본 오사카 번화가. 일본 사람들은 남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한국 유학생이 자전거가 많이 세워진 길을 택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자전거 한 대를 골라 뒷바퀴 짐칸에다 휴지를 하나 버려놓았더니 다음날 아침 그 짐칸은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찼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 상태를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법칙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미국의 유명한 홍보마케팅 전문가인 마이클 레빈이 이 법칙으로 책을 펴내 기업경영에 일대 바람을 일으켰다. 즉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기업을 갉아먹고 있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들에는 무관심한 기업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작고 사소한 문제(깨진 유리창)'에 집중,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책이다.
성장 일변도의 젊은 도시, 龜尾(구미)에도 '깨진 유리창'이 있다. 9만㎡에 달하는 옛 금오공대 부지다. 구미시는 금오공대가 이전한 후 이 부지를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거점센터'로 전환키로 하고 세부계획을 수립, 타 지역 대학과 MOU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구미지역 4개 대학이 타지 대학과의 연계를 문제삼아 적극 반대, 백지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2년이 넘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다.
옛 금오공대 부지는 시내에서 구미공단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버티고 있어 공단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이 부지를 '고용 복지 복합타운'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역 여론은 심드렁하다. 게다가 지금 구미 경제를 이끌어온 구미공단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첨단업체들이 투자 규모를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경제를 공단이 이끌어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구미는 기업을 끌어들일 흡인력을 길러야한다. 9만㎡의 옛 금오공대 건물은 지금도 유리창이 깨진 채 공단 입구에 폐허처럼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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