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이름'과 결별…대구지법 가정지원, 올 2742건 허가
장사를 하는 30대 후반의 A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이 3개인 친구'로 통한다. 태어나 호적에 오른 이름과 함께 집에서 부르는 이름을 따로 갖고 있다가 10여 년 전 '일이 잘 안 풀려' 법원에서 개명허가를 받아 이름을 바꿨다. 사주와 이름이 맞지 않는다고 해 이름을 바꿨으나 아직까지는 사업이 그렇게 잘 풀리지 않고 있다. 30대 직장여성인 B씨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본인의 이름을, 또 30대 중반인 C씨는 '흔하다.'는 이유로 두 살된 딸의 이름을 바꿨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올 들어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에는 매달 적게는 300여 건, 많게는 600여 건씩 개명(改名)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 중 76%가량이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이름을 바꿨다는 것. 개명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범' '차남' '재수' '종녀' '바른' '하늘' '순경' '죽자' '자동' '낙선' '천한'….
최근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에서 개명을 허가해준 이름들이다. 주범은 범죄를 저지른 주범(主犯)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차남은 둘째 아들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개명 재판을 통해 이름을 바꿨다. 재수는 입학시험을 두 번 치는 재수(再修), 순경은 경찰의 한 계급을 떠오르게 한다는 연유로 개명 신청을 해 받아들여졌다. 다른 이름들도 어감이 안좋거나 놀림감이 된다는 이유로 개명 허가가 났다.
'성교중' '함화자'란 이름도 쉽게 개명허가가 났으며 '피하니' '지화자' '방구례' 등 성과 이름이 합쳐져 놀림감이 된 이름들도 개명됐다. 또 일본식 이름이나 여자인데 남자이름이라 괴로운 경우도 개명 허가가 났다.
개명 허가를 받아 구청에서 호적에 새 이름을 올린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법원과 사정이 비슷하다. 달서구청 경우 최근 남자 이름으로는 '관순' '천악' '삼춘' '수빈' '점태', 여자로는 '춘자' '춘랑' '말임' '말순' '말옥' '분례' '주일' '은년' 등에 대해 개명이 이뤄졌다.
올 들어 7월말까지 가정지원 민원실에 접수된 개명 신청은 3천353건. 이 중 2천472건에 대해 개명 허가가 나 허가율이 73.7%에 이르고 있다. (표 참조) 개명 접수에서 허가가 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미성년자 경우 길게는 한 달, 전과 및 신용조회를 하는 성인은 두 달 가까이 걸리고 있다.
개명을 신청하는 사람들 가운데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것도 특이한 점. 여성들이 이혼할 경우 '사주와 이름이 맞지 않은 탓인 것 같다.'는 이유로, 또는 새 출발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바꾸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귀띔이다.
개명 신청을 할 때 제출하는 서류는 신청서, 호적등본 및 주민등록등본, 소명자료 등이다. 특히 개명 신청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인 소명자료는 개명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제출된 자료를 판사가 검토, 개명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개명 허가 요건 중 대표적인 것은 특이한 이름(말자, 죽자 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상당기간 동안 호적에 기재된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이름을 사용해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호적에 기재된 이름을 모르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미성년자인 경우엔 아이들로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고 있다는 것이 개명 허가요건에 부합된다. 그러나 해외 위장취업이나 호적 세탁 등 범죄에 이용될 우려가 있거나 상습적으로 바꾸는 경우에는 개명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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