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 E-클러스터] [18]차없는 거리-콜로라도 덴버시

입력 2007-08-24 10:41:16

덴버 시내를 가로지르는 차없는 거리에 운행하는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덴버의 명물로 등장하면서 외지인들의 도심 유입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덴버 시내를 가로지르는 차없는 거리에 운행하는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덴버의 명물로 등장하면서 외지인들의 도심 유입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 대륙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콜로라도주 수도 덴버시는 로키산맥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어 도시 전체가 해발 2천m 가까이 되는 분지형 도시다. 인구 160만 명 정도로 미국 중부의 중심도시이긴 하지만 규모면에서 큰 도시에 속한다고는 볼 수 없는 이 도시를 유명하게 한 것 중 하나는 차 없는 거리의 도심과 시가 운행하는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일명 무공해차).

주민들이 시내에 나오면 일정한 구간부터는 걸어다니거나 정해진 거리를 운행하는 무공해차를 타야 한다. 하이브리드차가 다니는 구간은 왕복 3.2km 남짓.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3분마다 한 대씩 운행하는데다 무료이고 정류장도 100m당 한 대꼴로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차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도심에서 볼일을 보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덴버시가 차없는 거리를 만든 것은 2000년. 처음에는 시민들의 반발이 컸다. 특히 도심권에 있는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줄어들어 영업에 지장이 많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분지형이면서 고도가 높은 이 도시가 오염도시화할 것이라는 시당국의 설득이 먹혀들면서 주민 반발은 숙졌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시내버스까지 다니지 못하게 하는 대신 무공해차를 도입했다.

여기다 도심 곳곳을 관광할 수 있는 마차를 유치했다.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무공해차를 타는 것에 싫증나면서도 걷는 것이 마뜩지 않다면 대신 이용하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이 정책 역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차 없는 거리를 보기 위해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꼭 도심을 둘러봤다. 자연스럽게 상권이 활성화되고 상인들은 시 정책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 바뀌었다.

덴버의 성공은 대구에 큰 교훈으로 작용한다. 대구도 분지형 도시이면서 도심 혼잡을 피하기 위해 중앙로 교통 정책을 개선해야 할 절박함을 갖고 있기 때문. 주민들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 작업과 향후 개선되는 사항에 대한 확신만 심어준다면 얼마든지 도심 교통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음을 덴버는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덴버시는 홈페이지, 주민 안내문, 언론 홍보 등을 통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덴버시는 홈페이지에 '1주일에 자동차를 280km(직장인 평균 운행 거리) 운행할 경우 연간 3천98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등의 예를 들어가며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덴버가 대기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적인 도심 교통정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있다.

덴버시는 NREL에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고 NREL은 먼저 차없는 거리를 만들도록 제안한 것.

NREL 조지 더글라스 미디어담당관은 "무공해차 운행에 대한 기술 자문과 도시 에너지 정책 컨설팅 등 연구소가 가진 상당한 역량을 전해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NREL은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에 이어 연료전지 자동차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 진행 중이다.

◇ 美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연구개발을 위해 1991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책연구소로 출발했다.

미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2천여 명의 연구진들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성 배가를 위해 연간 2억 달러의 예산을 써가며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4년 부시 미국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신재생에너지 정책 개발과 향후 에너지 위기,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 등을 주재해 주목을 받았다. 국책연구소라고는 해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곳은 크게 태양광에너지, 바이오매스, 풍력에너지, 수소 및 연료전지 에너지, 그린빌딩(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빌딩)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브라이언 스미스 박사는 "미국이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 따른 영향력을 확대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개발된 기술을 시장화하려는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플로리다 태양광에너지연구센터(FSEC)

플로리다 태양광에너지연구센터(FSEC)는 NREL과 더불어 미국의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2대 산맥으로 꼽힌다. 1975년 태양광 연구를 목적으로 창립됐으나 지금은 연료전지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으며 연료전지에 대한 기술력도 축적돼 있어 세계의 석학들이 몰려든다. 박사급 한국인 유학생들도 4, 5명이 있다.

소속은 플로리다중앙대학교(UCF)이지만 주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한다. 기업체들이 태양광 제품의 실적을 인정받으려면 FSEC의 인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이곳의 본관은 잘 정리된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역할을 한다. 태양광을 가장 잘 활용한 빌딩으로 이름나 있다. 사무실마다 햇빛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창문과 천장을 이중 설계했다.

전등과 수소를 이용한 태양광 및 연료전지 생산이 이뤄지며 실제 모형 자동차가 이 에너지를 연료로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천장에 달린 에어팬도 특수 설계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 하이브리드카

내연 엔진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해 기존 차량에 비해 연비 및 유해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거나 차체의 무게를 확 줄여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자동차.

우리나라는 환경친화자동차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기관 등에 시범 보급 중인 하이브리드카를 2009년부터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하이브리드카 보급 확대를 위해 초기단계에 취득세 등 세제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하이브리드카 생산 기술은 아직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여서 초기에는 보급이 확대돼도 수입차를 타야 할 실정이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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