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 창] 음메, 기 살어!

입력 2007-08-23 16:23:07

수 년 전,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쓰리랑 부부'라는 코미디 프로가 있었다. 두 눈썹을 한일자로 그린 부인 순악질 여자가 좀 덜떨어진 남편을 야구 방망이로 위협하면서 혼을 내면, 남편은 "음메, 기 죽어!" 하며 쩔쩔매고 ,순악질 여사는 의기양양하게 야구 방망이를 쳐들면서 "음메, 기 살어!"하고 외친다. 비록 코미디이지만, 한쪽이 기가 죽을 때 상대방이 기가 사는 것은 음양학 이론으로 볼 때 상당히 정확한 표현이다.

요즘은 '기'가 참으로 유행한다.그래서 "당신은 기가 허합니다." 하면 어떤 환자는 마치 죽을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는 사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일상적으로 쓰는 개념이며, 기를 이상하거나 신비스러운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가 막힌다.', '기를 쓰고 달려든다', '기운이 없다', '기절했다', '살기가 번뜩이다', '바람기가 있다'등'기'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표현은 너무나 많다. 그만큼 우리는 기를 친숙하게 느끼고 별 생각 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흔히'기가 막힌다'란 정신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는 뜻이며 '기를 쓰고 달려든다'는 일상생활이나 어떤 일을 하기에 필요한(신체적, 정신적)힘이 없다는 것이며 '기절했다'는 정상적인 신체적 활동이나 정신적 사고 능력이 일시에 중단되었다는 것이고 '살기가 번뜩인다'는 생명을 죽이려 하는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가 가득하다는 것이며 '바람기가 있다'는 바람 피울 소질이 있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기의 쓰임은 끝이 없다. 일어서기, 앉기, 먹기, 잠자기 등 모든 생활과 너무나 밀접하여 '기'라는 표현없이는 전혀 우리네 삶을 나타내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처럼 기라는 글자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 정신적인 힘, 미세하고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느낌이나 기미, 선천적인 소질 등 다양한 뜻이 있다. 한의학에 들어오면, '기'자를 빼면 남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기는 동양의 거의 모든 학문에서, 우리의 생활에서, 특히 한의학에서 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다 보니 '기'라는 한 글자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정 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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