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수성4가 1090의 1 현 수성우방팔레스 뒤에는 종가시나무가 있다. 1923년 대구공립농림학교(현 대구자연과학고)가 이전해 올 때에도 있었다. 당시도 벌써 100년을 훌쩍 넘겨 살고 있던 이 나무는 대구농림학교 학생들과 함께 해왔고, 1955년 대구농림학교가 현 대구시교육청 자리로 이전한 뒤에는 코오롱공장 공원들의 쉼터가 됐다.
종가시나무 한 그루가 무슨 '대수'랴 싶지만 이 나무 '한 그루'를 보호하기 위해 수성우방팔레스(20층) 시공사는 2002년 7월 아파트 설계를 변경해 시공했을 정도였다. 시공사는 종가시나무를 위해 별도로 가로 9m, 세로 5m 규모의 울타리를 만들어줬고 공사기간 내내 불편을 감수했음은 물론이다. 제주도나 남·동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난대수종인 종가시나무는 200년째 이곳 일대의 '터줏대감'이었다.
그렇게 아끼고 보살폈던 터줏대감 나무가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2002년 당시 ㎡당 100만 원이 넘던 땅값에도 노거수를 살리려 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현재 이 나무는 밑동이 삭을 대로 삭아 버린 채 마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왜 죽어가는지 아무도 모르고 관리를 맡고 있는 이도 아무도 없다. 재산상 소유자인 수성우방팔레스 측은 수성구청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이곳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근린공원과 접해 있어 구청에 나무의 기력을 북돋울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적도 있지만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고 했다. 실제 관리사무소는 지난해 5월 관리사무소장 명의로 '종가시나무 수세회복공사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잎이 마르고 가지가 고사하고 있기 때문에 수성근린공원 관리 차원에서 오래돼 죽은 가지를 제거해달라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수성구청도 할 말은 있다. 지난해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대구시에 관리를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며 주민동의를 얻어볼 것을 제안했다는 것. 하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종가시나무'는 누구도 책임질 사람 없이 '무관심' 속에 그냥 죽어가고 있는 것. 이곳에서 만난 한 아파트 주민은 "지난해에도 보기 안 됐더니 올해 더하다."고 했다.
최근 이 사실을 알게된 나무 관련 인터넷 카페인 '나무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 회원 김상기(대진초교 교사) 씨는 "죽어가는 잎새들이 안타깝다."며 "밑동도 부후균으로 보이는 질병에 걸린 채 너무 오래 방치돼 수술받기에도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도 살피지 않은 지난 5년 동안 종가시나무는 그렇게 200년의 세월을 접고 있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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