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땅 가야산] ⑧건들바위 오르는 길

입력 2007-08-20 07:58:59

새삼 자연의 오묘함이…

고등학교 때 강원도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권금성을 오르는 케이블카와 비선대, 천불동도 좋았지만 흔들바위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높이 2.5m가 되는 이 흔들바위는 어른 두세 명이 일정한 템포로 밀었다 놓기를 반복하면 이내 그 움직임이 느껴진다. 동그란 바위 모양에다 밀면 흔들리는 바위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산에 가면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10배 이상 큰 신기한 바위를 만날 수 있다. 흔들바위처럼 흔들린다고 해서 건들바위란 이름을 갖고 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굳이 그 크기를 비교하자면 흔들바위를 공깃돌로 만들 정도로 건들바위는 거대하다. 건들바위를 바라보면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땀을 식혀주는 곳, '전망바위'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 용기골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1, 2와 같은 식으로 일련번호가 붙은 백운교를 만나게 된다. 백운 2교를 건너 30여m를 가면 오른쪽에 등산로 아님 표지가 나온다. 동성재로 오르는 코스다. 경관이 뛰어나 인기 있는 등산로였으나 지금은 통제구역으로 묶여있다. 가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의 양해를 얻어 이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신비한 건들바위를 찾아가는 길이다.

등산로는 곧장 가파른 오르막이다. 20분가량 지그재그로 사면을 치고 오르자 시원스럽게 조망이 터지는 바위지대가 나온다. 땀을 흘린 사람들에게 가야산은 그 노력만큼이나 시원한 풍광을 선물한다.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인 용기골이 눈아래 펼쳐지고, 눈을 들면 만물상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정말 전망바위라 부를 만하다.

속세의 때를 씻는 백운대!

잠시 목을 축인 후 다시 오르막 등산로를 걷는다. 얼마 가지 않아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200m 정도를 가면 일요암(日曜菴) 터가 있고, 건들바위를 보기 위해선 오른쪽 동성재 가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계속해서 산사면을 비스듬히 타고 가자 커다란 바위 아래 석간수가 솟는 샘터가 보인다.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바가지도 걸려 있다. 이 곳은 또 영험한 기도터여서 무속인들이 굿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동행한 서봉래 전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분소 소장은 "10대 때 아버지와 나무를 하러왔다 호랑이를 본 곳"이라고 했다.

다시 산길을 오르면 작은 너덜(바위가 몰려 있는 곳)이 나타난다. 백운리 마애여래입상을 잠시 둘러본 후 가파른 돌밭을 지나면 고갯마루에 오르게 된다. 동성재 능선이다. 이 능선을 따라 북쪽에 있는 동성봉쪽으로 오르면 동성재가 나온다. 용기골 등산로를 오르면 만나게 되는 서성재와 대칭되는 고개인 셈. 가야산성을 중심으로 동성재와 서성재는 동과 서로 나뉘어 마주보고 있다.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10여m를 가니 백운대가 나온다. 여러 명이 앉아도 넉넉할 정도의 평평한 모양의 바위인 백운대(白雲臺)는 옛날 스님이나 도인들이 수행하던 곳. 이 곳에 가부좌하면 눈앞으로 만물상 등 가야산 절경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천상의 옥황상제가 신선들과 함께 쉬어가던 곳, 수 백리 광활한 시계(視界)와 속세의 고달픔을 잊어버리고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번민을 털어버리는 곳이란 옛 사람들의 기록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부에서 동장대로 잘못 부르고 있지만 백운대란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신비, 건들바위

다시 동성재 능선을 타고 동성봉 방향으로 수십m를 오르자 드디어 건들바위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10m가 넘는 그 우람한 크기부터 사람을 압도시킨다. 그 다음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아파트 3층 높이도 더 될 것 같은 바위 위에 또 그만한 바위 하나가 모로 세워져 있는 위태로운 모양새 때문이다. 윗부분은 굵고 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마치 팽이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힘을 조금 줘 밀면 바위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다. 가야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이 건들바위를 밀면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경상도 사투리로 '끄더럭바위'로 부르기도 했다. 일부에서 하늘바위로 일컫기도 하지만 건들바위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건들바위를 지나면서 동성봉까지는 능선을 따라 걷는 산행. 왼쪽으로는 아름다운 만물상 능선이, 오른쪽으로는 성주 수륜 쪽의 시원한 풍광이 펼쳐져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산죽(山竹)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성봉에서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을 오르는 등산로도 있다. 백운2교에서 동성봉을 거쳐 칠불봉까지 오르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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