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피겨 만들기 열풍

입력 2007-08-18 08:19:31

프라모델 마니아인 장광석 씨(사진 오른쪽)가 동호인들과 함께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프라모델 마니아인 장광석 씨(사진 오른쪽)가 동호인들과 함께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에 있는 게임업체 KOG에 근무하는 안준한(40) 총괄이사. 20대 초반에 프라모델을 본격적으로 접한 후 불혹의 나이에도 프라모델과 피겨 마니아로 활동하고 있다. 탱크나 비행기 등 밀리터리(Military)류부터 섭렵하기 시작해 로봇 건담 등 수많은 프라모델을 만들었고, 영화·만화·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축소해 놓은 피겨도 꾸준하게 수집하고 있다.

"하루 2, 3시간을 투자, 한 달에 걸쳐 탱크나 비행기 등의 프라모델을 조립한 적도 있어요. 건담 같은 경우엔 밥을 먹으며 조립하기도 하는 식으로 하루 동안 만든 후 1, 2주일 감상하다 다른 모델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안 이사는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여자 친구가 왜 좋으냐고 물으면 좋으니까 좋다고 하는 것처럼 프라모델도 그냥 좋다."고 했다. 공들여 만든 작품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요즘도 갖고 있는 프라모델과 피겨는 100여 점에 이르고 있다.

프라모델과 피겨에 열광하는 성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 경우 프라모델 동호인만 2천~3천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대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며 여성도 5% 정도를 차지한다. 건담 모형을 한두 개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프라모델에 심취하는 인구가 전국적으로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겨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도 300개가 넘을 정도다.

인터넷게임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어린이 완구시장을 어른들이 메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라모델과 피겨 등 성인 장난감시장은 폭증추세다. 국내 선두 조립완구 업체인 아카데미과학의 지난해 매출 250억 원 중 성인 완구 비중이 100억 원에 달했다. 아카데미과학 수성점 장광석(36) 부장은 "현재 생산하는 제품의 70%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며 "프라모델 등 국내 성인 장난감시장은 대략 1천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인터넷 다음카페의 성인 조립완구 동호회인 '여유가 있는 모형'. '프라모델'로 불리는 로봇 등 조립 완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원하는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카페의 정회원은 2천 명을 넘는다. 웬만한 조립 완구 매장을 다 훑어도 살 수 없는 희귀 제품을 가진 회원들이 적지 않으며, 마음에 드는 조립 로봇을 100만 원 이상 주고 사는 경우도 있다.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Plastic Model)을 줄여 일컫는 말. 합성수지 등으로 만든 낱낱의 부품을 니퍼로 잘라 끼우거나 본드로 붙이는 조립 과정을 거쳐 특정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도색까지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로봇, 탱크나 비행기 등 밀리터리류, 권총 등 그 종류가 수천 가지에 이른다.

▶피겨(figure)=사전적 의미로는 인물상(人物像)을 뜻한다. 완구 분야에서는 영화·만화·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축소해 거의 완벽한 형태로 재현한 인형을 일컫는다. 조립을 하는 프라모델과 달리 완성된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PVC나 천연수지 등이 재료로 쓰이며, 실물에 근접할수록 고가에 팔린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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