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언제일까?
그라운드의 열기가 사막처럼 느껴지는 한 여름철. 바로 지금 같은 때이다. 여름은 수많은 복병이 도사린 함정의 계절이며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리그의 운명도 좌우된다. 체력 소비가 많아져 자칫 가을까지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기 시절인 1985년 여름. 덩치가 제법 큰 S선수는 마운드에서 연신 땀을 흘리며 호투하고 있었다. 그날 따라 경기가 잘 풀렸는데 5회가 되자 갑자기 시야가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유니폼 소매로 눈 주위를 닦아내며 버텼지만 가려움증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결국 자진 강판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다음날이 되자 5, 6명의 선수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나타난 것이다. 그 해 해수욕장에서 전국적으로 번진 눈병이 야구장에까지 전염된 것이었다. 며칠 동안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는 선수는 격리하면서 다행히 사태가 진정되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타올을 함께 썼기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같은 시기 광주구장은 배수가 잘 안되는 구장이었다. 밤이 되어 소나기가 내리면 내일 경기는 어렵거니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초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밤에는 소낙비가 쏟아지자 선수들이 고참인 K선수의 방으로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비가 오니 밤늦게까지 서로 얘기 꽃을 피우다 헤어졌는데 다음날 경기가 취소될 것이라고 생각한 K선수와 C선수는 그 후에도 내기 바둑을 두면서 밤을 넘기고 말았다. 한숨도 못자고 아침도 거른 두 선수가 다음날 운동장에 도착한 것은 11시경. 그들의 예상과 달리 새벽에 비가 그치는 바람에 경기가 시작됐다.
강렬하게 내려쬐는 햇빛 때문에 그라운드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 올랐다. 그런데 가방을 메고 운동장으로 들어서던 K선수가 느닷없이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날 선발로 예정된 K선수가 응급차에 실려 가버리자 대신 등판 지시가 떨어진 이는 다름아닌 C선수였다. 결국 그날 C선수는 5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되고 말았다. 그시각 병원으로 실려간 K선수는 감독이 보낸 과일을 먹은 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병명은 신경성 빈혈.
여름엔 음식도, 물도 잘 먹어야 하고 수면도, 훈련도 적절히 소화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베테랑들은 오히려 이 시기에 컨디션을 잘 조절해 몰아치기에 성공하는데 그만큼 지친 투수를 공략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동계훈련의 성과는 여름철 체력유지와 직결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도 지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선동열 감독이 그 어느해보다 독하게 훈련했다는 동계훈련의 성과가 서머리그의 우승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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