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한국 남성 나이·재산 등 개인 신상정보 밝혀야
# 지난해 3월 박모(35) 씨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 베트남 출신 R씨(26). 2005년 베트남에서 박 씨를 만났을 때 말수가 없어 착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결혼을 결심했다는 R씨는 임신 4개월째가 돼서야 박 씨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R씨는 남편의 폭력과 기괴한 행동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됐지만 생후 5개월 된 아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지난해 4월 결혼해 입국한 또 다른 R씨(29). R씨는 남편 K씨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경제적인 문제로 지난해 8월 가출했다. K씨는 평소 침을 흘리고,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고, 농부라고 했던 직업과 달리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는 일용직 근로자였기 때문. R씨는 지난 5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2001년 134건에 불과하던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2006년 1만 131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 전체 국제결혼의 33.5%를 차지하고 있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반인권적인 불법 알선행위와 사기결혼, 결혼 이후 신부의 가출, 과도한 결혼비용 지출 등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국제결혼정보회사에서 남편과 아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생긴 문제다.
하지만 앞으로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는 한국 남성은 한국의 베트남 여성문화센터(VWCC·Vietnamese Women Culture Center in Korea)를 거쳐 나이, 병력, 재산, 직업 등의 정보공개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혼의 폐해를 알면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던 베트남 정부가 국제결혼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베트남 국제결혼 및 가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국제결혼 알선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으며 단지 여성연맹이 각 성 단위에 '결혼지원센터'를 설치해 외국인 배우자 소개, 상담, 각종 안내 및 법적 절차 지원 등 국제결혼 관련 제반 컨설팅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지금껏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활동이 없었다는 자성과 함께 그동안 한국 남성의 나이나 직업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묻지마'식 결혼에 나섰던 베트남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알선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는 한국 남성도 1차적으로는 VWCC의 검증을 거친 뒤 베트남 여성을 만날 수 있다. 만약 검증 없이 결혼에 나설 경우 베트남 법무부에 혼인 신고를 해도 기각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신부를 데려오기 힘들어진다.
이와 관련해 VWCC 관계자는 "이런 조치들 때문에 국제결혼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결혼을 하려는 이들의 정보를 투명하게 해 속는 일이 없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지 잘사는 사람이나 능력있는 사람 위주로 결혼 대상을 뽑겠다는 방침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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