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수익금의 2.5%' 연간 '보수' 납입
"가입할 때 수수료를 조금 받으면 됐지, 무슨 돈을 끝까지 받아챙기나요? 더욱이 제 돈을 불려주는 펀드자금 운용회사가 돈을 많이 받는다면 이해가 가지만 펀드 판매회사가 계속해서 제일 많은 비용을 챙겨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네요." (펀드 가입자 A씨)
펀드가 국민재테크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펀드 가입자들이 '수수료' 때문에 열받고 있다. 가입할 때 떼거나(선취 수수료), 환매할 때 떼가는(환매 수수료) 정도는 이해하겠지만 펀드 가입기간 중 원금에다 수익금을 합한 금액, 즉 원리금에다 일정 비율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돈을 집어가는(이를 '보수'라 부른다) 것을 못참겠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펀드 소비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섰다. 오는 22일 증권예탁결제원에서 '펀드 판매보수 및 수수료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로 한 것. 금융감독당국은 '보수'에 대한 펀드 가입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만큼 공청회를 통해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펀드 비용 어떻길래?
펀드에 가입, 수익을 내려고 하면 비용이 필요하다. 우선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면 판매수수료를 낸다. 이를 선취수수료라 한다.
또다른 수수료는 환매 수수료. 펀드에 가입하자마자 돈을 일찍 찾아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일종의 벌금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가입 한달도 안돼 돈을 찾아가면 보통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떼간다.
이 정도는 가입자들의 큰 반발이 없지만 절대 다수의 펀드 가입자들이 발끈하는 것이 '보수'다. 보수는 펀드 가입 기간 중 계속해서 내는 돈이다. 보수는 크게 3군데에다 가입자들이 내는데 첫째가 펀드를 판매한 회사. 두번째는 펀드자금을 운용해주는 회사, 세번째는 수탁회사(주식형펀드의 경우 펀드조성을 통해 실물, 즉 주식을 사는데 이 주식을 맡아주는 회사)다.
예를 들어 펀드가입자가 펀드 가입을 통해 1년에 1천 원의 원리금을 챙겼다면 이의 약 2.5%인 25원을 연간 보수로 낸다. 25원의 보수 가운데 16원(1.6%)은 판매회사인 은행이나 증권사로 들어간다. 펀드자금 운용회사는 8원(0.8%) 정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1원(0.05%안팎)이 수탁보수 등으로 떨어진다.
2.5%라면 적은 것 아니냐고? 아니다. 실제 투자자들은 1%차이가 엄청나다고 말한다. 만약 원금 1억 원을 갖고 매년 10% 정도의 수익률을 냈으며, 약 10년동안 펀드 투자를 꾸준히 했다면 펀드 보수 1%포인트 차이로 수천만 원의 돈이 왔다갔다한다. 보수는 결코 만만히 볼 것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 고칠까?
노경우 위드자산관리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 펀드 투자 성향을 보면 개인들이 신문 등을 통해 수익률을 확인, '이 펀드 가입하겠습니다'라며 찾아오는 형편인데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이 판매보수를 많이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의 권익을 무시하는데다 외국보다 턱없이 비싼 우리나라 펀드 보수체계는 반드시 수술대에 올라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투자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80년대에 도입했던 판매보수제를 폐지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며, 영국은 판매보수제가 적용된 펀드가 없다는 것.
금융감독당국은 외국의 형편을 감안, 판매사가 매년 떼가는 판매보수 관행을 없애는 대신, 판매시점에만 수수료(선취 수수료)를 받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펀드 판매권한을 갖지 못한 우체국이나 상호저축은행,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등이 펀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 보수 인하 졍쟁을 유도하는 한편, 선진국처럼 펀드 슈퍼마켓을 도입한다든지, 펀드판매사와 같은 직업군을 양성해 펀드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도 보수 체계 조정을 위한 정책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펀드 보수 체계에 대한 변화가 이뤄지면 펀드 판매 창구인 은행과 증권사들은 일단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대구·경북에서는 올 상반기 대구은행이 2천576억 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 지역에서는 가장 큰 펀드 판매창구로 올라섰으며, 전국적으로는 미래에셋증권(3조여 원), 신한은행(1조8천여억 원), 동양종금증권(1조5천여억 원), 국민은행(1조5천여억 원) 등이 대형 펀드 판매기관이다.
한편 펀드 판매사들은 현행 보수체계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인식 대구은행 제휴사업부 부부장은 "펀드 판매를 간단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판매를 위한 전산 구축, 판매 인력 양성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다."며 "더욱이 현재 구조로는 펀드 판매 이후 쏟아지는 민원 등을 판매사가 모두 감당해야해 위험 관리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판매사가 가져가는 펀드 보수가 결코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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