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방송가의 재담꾼 김제동

입력 2007-08-07 17:17:10

김제동을 만나기 위한 두번째 시도. 지난 주에는 무작정 녹화장으로 찾아갔더니 생방송 1시간 전이라 도저히 못하겠다며 연신 머리를 긁적여댔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지. 마음 굳게 먹고 빗속을 뛰어 방송 2시간 전에 그를 찾았다.

약속시간을 조금 넘겨 김제동이 연습을 끝내고 나왔다.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모습이 대학 캠퍼스에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대학생같다. 아주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로 마감하고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걸어오는 모습. 나름대로 검정색 가방으로 센스를 살렸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대기실 차가운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편안한 옷차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여전히 사투리 섞인 톤으로 "좋은 옷 사서 입고 멋 부리는 게 익숙하지 않다."며 "좋은 옷들은 방송하면서 협찬해서 입고 평상시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편안하게 입고 다닌다."고 했다.

김제동은 한 마디에서 또 한 마디를 옮기는 과정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담아내고 다양한 시선으로 생각하고서는 매우 진지하게 답한다. 너무나 진지하고 예의가 바르다 싶어서 "가식적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가식이라도 진실로 몸에 베어 예의가 되고, 예절이 됐다면 그때부터는 가식이 아니라 진실인거죠."라고 답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다섯명의 누나들과 살아오면서 예의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유난히 엄한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아예 몸에 벤 습관이란다.

김제동은 단순하게 말을 잘하는 것 같지 않은듯했다. 뚜렷한 자신의 철학을 갖고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 보는 것 같았다. 냉소적으로 자신을 관찰해서 얻는 진지함과 냉정함으로 쌓아둔 삶의 지혜와 지식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요즘은 5일을 녹화를 하고 시간이 있을 때 마다 등산을 하고 야구를 해요. 삼각산을 오르는데요. 처음에 산을 오를 때는 내 자신이 무겁고 답답해 무엇인가 덜어 버리려 했는데 산에 가까이 할수록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무생각 안하고 산을 올라요." 무거움이 담겨있는 말이다. 담으면 담을수록 채울 수 없고, 비우면 비울수록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건 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개그맨인지, 방송인인지 물어봤다. 깊게 생각하고 시선을 두 번 옮기더니 진지하게 답한다. "개그맨은 저처럼 재능이 없으면 못해요." 재능이 없다니 무슨 말인가. "개그맨은 연기도 잘해야 되고 정말 만능이 돼야 하죠. 전 그런데 그렇지는 못해요. 천상 레크레이션 강사가 체질인 것 같아요. 큰 홈구장에서 수천 명이 모인데서 마이크를 잡고 떠들어야 딱인데…. 그런데 시청자들이 절 좋아해 주시니 감사할 뿐이죠." 차가운 복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다리를 감싸 안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개그맨도, 방송인도 아닌 인간 김제동의 모습을 보았다.

"방송활동을 그만두거나 좀 넉넉하고 여유가 있을 때 대구에서 대안학교를 세워보고 싶어요. 학교를 세워서 학생들하고 마음껏 레크레이션도 하고 자유롭게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게 제 꿈이죠. 교장이 직접 마이크 잡고 사회를 보면 신선하지 않나요." 대안학교 얘기 나오자 그 꿈이 가까이 있는 듯 학교를 머리 속으로 그리면서 마음은 운동장을 향하고 있는 듯 했다.

꿈을 실현시키는 데에는 제법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그의 재테크가 궁금해졌다. "전 재테크 안 해요. 가장 좋은 재테크가 있다면 지출을 줄이고 저축하는 겁니다. 방송해서 버는 수입 전부 어머니 통장으로 들어가요. 전 아직도 어머니한테 용돈 받아쓰는데요."

한 20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김제동은 대구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가 대구에서 MC를 볼 때나 방송을 할 때나 듬직하게 힘이 되어주신 고향 모든 여러분, 정말 감사하구요. 정말 열심히해서 대안학교 꼭 짓고서 고향으로 달려갈게요."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방송인이 되었어도 인간 김제동은 변함없는 인간으로 늘 그 자리에 있는듯했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09월 06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