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신당, 對국민 사죄가 먼저다

입력 2007-08-04 10:47:45

우리 정당사에서 지난 45년 사이 창당된 123개의 정당 중 10년을 넘긴 정당은 한나라당을 포함해 4개뿐이다. 평균 수명 3년의 단명 정당들만이 명멸해왔다. 한국 정치문화의 후진성과 불안정성을 방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책임정치, 통합의 정치를 이뤄내라는 국민 여망에 아랑곳없이 정치 지도자들이 무능하고 탐욕스러워 권력욕에만 집착한 결과다. 그들은 대의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국민에 대한 의무와 봉사는 뒷전으로 미뤄왔다. 그 악습의 고리가 또 이어지고 있다.

내일 범여권의 '대통합 민주신당'이 창당된다. 소속 국회의원 85명, 원내 제2당의 출범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냉랭하기만 하다. 민주신당이 어떤 수사를 동원하더라도 그것은 열린우리당 주축세력이 야반도주하여 만든 정당일 뿐이다. 간판을 분칠하기 위해 권력에 입맛을 들인 시민단체를 끌어들이고, 한나라당 배신세력을 끼워 넣었지만 그것은 민주신당의 오염도를 더 부각시켰을 따름이다. 설훈 전 의원 같은 파탄자까지 영입하는 마당이니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정권 실패, 정체성 실패, 정치도의 실패의 결격자들이 모여 만든 떨거지 정당이 민주신당의 실체다. 이념이나 노선, 지향점이 다른 세력들이 잡탕식 통합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100년 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이 3년 8개월 만에 공중분해의 지경에 놓이듯 민주신당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국위가 높아지고, 경제가 커지고, 문화가 성장하는데도 정치만은 어떤 이유로 구태와 악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 안타깝고 참담할 따름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민주신당은 창당과 함께 국민 앞에 정당의 대의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자신들이 정권에 실패한 열린우리당과 한 몸체라는 것, 정치 혼란과 민생파탄의 책임 집단이라는 것, 정치도의 불감 집단이었다는 것을 사죄해야 한다. 그런 과거사를 책임지기 위한 인적 청산의 각오와 내용도 빠져서는 안 된다.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이 도로 열린우리당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 어떤 뼈를 깎는 정치적 노력을 할 것인지도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 눈앞의 대선과 총선에 쫓겨 동가식서가숙하는 부평초 같은 정치문화를 청산할 새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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