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또 웃으면 짜증은 저절로 싹~
"휴가철 고속국도 즐겁고 여유있게 운행하세요."
휴가철에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도로공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휴가철 고속국도 이용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경부·중앙·88·구마·중부내륙·대구포항 등 6개 고속국도 533.8km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 직원들을 만났다.
▶톨게이트
지난달 31일 낮 12시쯤 서대구 톨게이트.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차량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갑자기 한 차량이 요금을 내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요금소 직원이 황급히 문을 열고 "정지"하면서 황급히 달려나가 차량을 정지시킨다. 톨게이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고속국도를 이용하면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요금소 직원들이다. 통행권 확인기와 정액권 처리기, 영수증 발행기가 들어찬 좁은 요금소 안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요금소 직원인 박경희(39)·김수진(35) 씨도 몰려드는 차량의 요금 계산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서대구 톨게이트의 요즘 하루 차량 통행량은 10만여 대로 평상시보다 1만여 대 늘었다. 서대구 영업소의 직원은 85명으로 남자는 7명에 불과하다. 직원들은 3시간 정도 근무하고 30분 정도 휴식한 뒤 다시 3시간 정도 일한다.
박 씨와 김 씨가 하루 평균 맞이하는 차량은 1천500~2천 대. 휴가철인 요즘은 하루 2천300대를 만난다. 평균 처리시간은 14초. 숙련된 직원은 10초 정도면 가능하다. 차량도 많은 만큼 괴팍한 운전자로 인한 에피소드도 많다.
박경희 씨는 휴가철이 되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운전자들을 보면 민망하다. 고속국도 통행권을 주면서 손을 잡고 놓지 않는 짓궂은 운전자도 종종 있다. 이럴 때 대처법은 운전자의 손을 때리는 수밖에 없다. 휴가철 차량점검을 하지 못해서 요금소 앞에서 차량이 멈추는 경우도 빈번하다. 직접 손으로 밀어서 이동시켜야 한다. 승용차라면 밀 수 있지만 대형 트럭의 경우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박 씨는 "휴가철에는 당연히 차가 많이 밀리는데도 삿대질에 욕을 하는 운전자들이 많다."면서 "교통방송을 미리 듣고 막히는 것에 대비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년 6개월 정도 근무한 김수진 씨도 황당한 에피소드가 많다. 지난해 야간 근무할 때 한 운전자가 요금 계산이 끝났는데도 출발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래서 운전자를 봤더니 바지를 입지 않고 있었다. 김 씨는 "여중·고교에 있는 '바바리맨'이 고속국도에도 종종 출몰한다."면서 "그런 운전자를 만나면 요금소 문을 닫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사람도 많고, 명함을 주면서 "나중에 전화해라."는 운전자도 있다. 김 씨는 "인사를 해도 반응이 없는 무뚝뚝한 운전자를 만나면 힘이 빠진다."면서 "수고한다면서 먼저 인사하거나 두 손으로 영수증을 받아드는 운전자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씨는 "30, 40대 주부들이 도전하기에 적당한 직업"이라면서 "하지만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이 욕을 하더라도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통정보센터
같은 날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 교통정보센터. 경북지역 고속국도에 설치된 160개의 CCTV에서 전송된 고속국도 모습이 48개의 모니터에 빼곡히 떠있었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교통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속국도변에 설치된 85개의 도로전광판에 목적지별 도착예정 시간과 사고발생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교통정보센터 직원들은 휴가철이 가장 바쁘다. 승용차 이동이 급증하면서 사고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주간에는 3, 4명이 근무하고 야간에는 3명이 근무한다.
20년째 교통정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백남출(56) 센터장은 휴가철만 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고로 길이 막혔을 때 운전자들의 항의 전화를 받는 것도 일과가 됐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미안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는 모니터를 쉴새없이 살피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독자제보 등을 빠뜨리지 않고 검색한다. 매년 휴가도 휴가철이 지난 9월 중순쯤 갈 수밖에 없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기만 하다. 백 센터장은 "사고나 고장 차량을 신속하게 처리했을 때 운전자들의 감사 전화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보람을 느낀다."면서 "휴가철에는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운전자들도 안전운행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고속국도 안전운행 이것만은 미리 챙기세요
시원하게 뚫린 고속국도를 달려 휴가지로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고속국도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서는 사고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고속국도 이용의 또 다른 즐거움인 휴게소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사고 예방=타이어 파손 사고는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타이어 관련 사고 중 6~8월에 발생한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 건수의 36%를 차지했다. 출발 전 가까운 정비센터에서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무더운 여름철에 고속국도를 운행하다가 엔진과열 등의 차량고장이 자주 발생한다.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는 고장지점에서 안전지대로 차량을 무료로 이동해 주는 '긴급구난 릴레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도로공사 각 지사별 상황실로 연락하면 된다.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25%가 졸음운전 때문이었다. 운전자가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에 속수무책이다. 졸릴 때는 휴게소 또는 비상주차대 등에서 쉬어가자.
차량통행이 많은 휴가철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더 심해진다. 고속도로 운행 중 앞서 달리는 차량에서 음료수 캔이나 쓰레기가 날아올 경우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휴게소 이벤트=휴게소는 휴가철을 맞아 음악콘서트와 전통문화체험, 건강이벤트, 고객참여 이벤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군위휴게소는 12일까지 통기타 가수 초청 라이브공연을 갖고 있다. 안동휴게소와 청통휴게소는 무료가훈써주기 행사를 열고 있다. 와촌휴게소는 5일 보물찾기 이벤트를 갖고 시식권과 사은품 등을 증정하며, 영천휴게소는 첫째·셋째 주말에 댄스동아리공연과 고객 노래자랑대회를 연다. 또 경북지역 38개 톨게이트에서는 4, 5일 고속국도 이용객들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준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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