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낡은 아파트 "언제 정전될지…"

입력 2007-08-03 09:55:59

대형 건물 자체 변안시설 관리 허술

지난달 27일 대구 남구청에서 정전 소동(본지 28일자 4면 보도)이 벌어졌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청사 내 냉방기기가 일제히 가동되자 구청 옥상의 고압 전기설비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타버렸기 때문. 이 여파는 한국전력 배선선로까지 영향을 미쳐 인근 봉덕동 일부 지역도 순간 정전됐다.

28일에는 대구 서구 염색공단 내 한 업체의 구내 변압시설 개폐기(ASS)가 타는 사고가 발생했고, 또 지난달 칠곡군 동명면의 S업체에서 고압 전기설비가 말썽을 부리면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아파트 정전사고도 잇따라 구내 변압시설 파손으로 올 들어 대구 수성구 S아파트와 E아파트에서 정전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는 아파트나 공장 등에 설치된 자가 고압전기설비들이 원인. 자가 고압설비는 건물주나 아파트 입주민에게 점검·교체 의무가 있는데 심하게 낡은 것이 적지 않은데다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과부하까지 겹쳐 정전사고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 대구지사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정전 사고는 모두 565건. 이 가운데 27.2%(154건)가 자가 수전전기설비에 문제가 생긴 경우였다. 또 이에 따른 정전은 2005년 1천66건 중 278건(26%)이었고, 지난해에는 1천67건 중 305건(28.5%)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는 전기시설로 인한 전기 사고 중 낡은 변압시설로 인한 사고가 무려 78%나 됐고, 이 중 39.7%가 폭염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집중되는 6~9월에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소규모 상가나 건물, 낡은 아파트일수록 점검 비용을 부담스러워 해 법적으로 의무화된 정기 점검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대구시에 따르면 3년마다 한 번씩 받게 돼 있는 정기점검을 받지 않아 전기안전공사로부터 행정처분 요청이 접수된 건수가 지난해 71건이나 됐다.

아파트 단지의 고압전기설비도 안전에 극히 취약하다. 안전점검에서 최저 평가인 E등급을 받은 아파트단지가 전국 126곳 가운데 대구가 88곳으로, 무려 69.8%나 차지했다. E등급은 단위면적당 설비용량이 크고 긴급한 개·보수가 필요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 대구지사 관계자는 "아파트에 대형 가전제품과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수전설비 용량이 부족하거나 낡아 정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고장이 나더라도 인력이나 장비 등의 문제 때문에 아파트 자체적으로 복구하기 힘든 만큼 미리 한전에 진단이나 무료 점검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자가 수전전기설비=한전에서 2만 2천900V의 고압 전류를 받아 자체 변압기를 통해 380V나 220V로 전압을 낮춰 옥내로 공급하는 장치로, 사용량이 150㎾ 이상일 경우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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