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기승…법원장도 당했다

입력 2007-05-31 11:06:44

아들 납치협박에 6천만원 송금…대구선 사기단 17명 검거

서민들을 울리는 '전화금융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 한 법원장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6천만 원을 뜯긴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휴일인 지난 27일 밤과 28일 오전 사이 서울 자택에 머물던 지방의 한 법원장이 휴대전화와 집전화를 통해 "아들이 납치됐으니 살리고 싶으면 5천만원을 송금하라"는 한 남자의 협박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이 법원장은 전화를 받고 곧바로 아들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자 아들이 실제 납치된 것으로 여기고 범인에게 5천만원을 송금했다.

이 법원장은 송금 후 협박전화를 받은 사실과 함께 범인의 계좌번호와 협박내용 등을 검찰에 알리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범인은 또다시 "5천만원을 추가로 송금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법원장은 "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1천만원만 송금한 뒤 시간을 끌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법원장이 전화사기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인이 알려준 계좌번호를 확인한 결과, 중국인의 계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전화사기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 금융사기단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31일 경·검찰 및 금융감독원, 금융권 관계자 등을 사칭해 노인, 부녀자 등을 상대로 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불법체류자인 중국인 B씨(21) 등 10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통장과 현금카드를 판매한 경북 모 대학 중국인 유학생 H씨(23)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통장 25개, 현금 등 3천여만 원, 현금 인출카드 및 체크카드 90개, 대포휴대전화 16개, 위조 여권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간자금관리자인 B씨 등은 지난 16일쯤 김모(62·여·대구 동구 방촌동) 씨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회사인데 당신의 명의가 도용돼 거래은행의 통장에 있는 현금이 모두 인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속인 뒤 김 씨를 은행현금지급기로 유인, 현금 990만 원을 계좌이체하게 하는 등 같은 수법으로 50여 명으로부터 10억 원 상당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총책이 중간자금관리자를 두고 현금인출책, 통장모집책 등을 모집해 역할을 분담하는 등 다단계 형식의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통장모집책은 금융권에 명의를 대여할 수 있거나 통장을 만들 수 있는 중국인이나 불법체류자 등을 상대로 1개당 10만 원에 통장을 사들인 뒤 사기 건당 6~10%의 수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중국 푸젠성에 콜센터를 두고 각종 기관 및 금융 관계자를 사칭해 국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신상명세를 파악한 뒤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총책, 콜센터, 국내 총책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