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밤이 너무 어둡다. 안압지와 반월성 등 시내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야경이 기대 이하이다. 특히 밤거리가 너무 어두워 관광지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31일 경주시에 따르면 읍·면·동 보안등을 제외한 시가지 일원 가로등 개수는 5천200여 개(한 달 전기료 2천800만 원 정도)로 인근 포항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지역으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자책하고 "특히 경주역 일대는 침침하기 짝이 없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밤이 어둡다 보니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다. 천마총, 첨성대 앞 등 경주의 대표적인 유적지마저도 밤 9시를 넘어서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어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는 것.
국내 최고 휴양지역이라는 보문단지는 더하다. 현대호텔~한화콘도 구간은 지난 1975년 가로등 설치 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아 3룩스는 되어야 하는 조도가 1룩스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밤에도 관광객들이 자전거를 자주 타는 이 구간은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올해 시가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경주시의회가 삭감, 개·보수는 손도 못 대고 있다.
보문단지 내 가로등 수도 모두 246개에 불과해 당초부터 밤이 어두울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실제로 호수 내에 설치된 호반정 일대는 물론 보문단지를 관리하는 경북관광개발공사 주위마저도 밤이면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가 야간 산책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보문단지 내에서 영업 중인 특급호텔 등의 야간 조명시설도 볼 만한 게 없다. 호텔 전체를 커버하는 조명은커녕, 자체 건물 앞마저 어두운 상태로 방치해 두고 있다. 경주시가 나서 문제점을 거론하며 호텔 측과 머리를 맞댔지만 야간 조명 개·보수에 호텔당 5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이자 호텔 측이 외면, 없던 일이 됐다.
서울에 살다가 최근 경주로 발령받아 온 모 회사 대표는 "경주는 밤 그 자체를 관광상품화시킬 수 있는 지역 아닌가? 지금처럼 밤길 나서기가 겁난다면 머무르는 경주 관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칙칙하고 어둡고 다가서기 어려운 보문단지 내 밤은 정말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조속한 시일 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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