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호재? 소음 악재?…3호선의 두 얼굴

입력 2007-05-30 09:44:04

'도시철도 3호선을 지상철로 만들면 인근 부동산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대구시가 도시철도 3호선을 지상화하기로 발표한 뒤 통과 구간 주변 '부동산시장'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통 도시철도 개발은 주변 부동산 가치 상승에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호재. 하지만 도시철도 3호선이 아직 국내에서 본격 등장한 적이 없는 지상철이다 보니 역세권 인근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지상철은 열차가 교각 위에 세운 선로를 달리는 탓에 미관이나 소음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도시철도 개통에 따른 교통의 편리함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대반 우려반' 지상철

지하철 1·2호 노선이 개통되면서 대구 지역 부동산은 커다란 지각 변동을 겪었다. 지하철 통과 구간의 상업 용지 땅값이 뛰고 아파트 가격도 역세권에서 인접 지역일수록 가치가 급상승한 때문.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역세권'이란 말이 최고의 수식어로 꼽히듯 지하철 개통이 발표되면 어느 도시를 가든 주변 부동산은 들먹이게 된다.

그러나 3호선이 첫 지상철로 발표되면서 '그래도 안 짓는 것보다는 낫다'는 기대와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지하철 후광 효과가 가려진 것도 원인이지만 지상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통과 구간마다 소음과 미관 문제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이는 상업용 건물보다는 아파트에서 더욱 심하다."고 밝혔다.

실제 주택업계에서도 3호선 통과 구간이 아파트 분양에 있어 호재보다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한 시공사 임원은 "서울처럼 지하철이 출·퇴근에 필수적인 곳은 지하철 개통이 무조건 호재지만 대구처럼 지하철 이용률이 떨어지는 곳에서 지상으로 도시철도가 통과하면 반드시 호재라고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아직 추이를 봐야겠지만 신규 단지 입지 선정을 할때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도로 위에 교각이 세워지면 그만큼 간선 도로망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 '도시철도 개통'으로 '대중 교통망'은 좋아지지만 승용차 이용자에게는 불편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다.

◆1·2호선의 역세권 효과

3호선 역세권 지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우선 1·2호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하철 개통 전후로 도심 지가는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다.

지하철 1호선 상인역 주변 주거 지역의 경우 1990년 50만 원이던 평당 땅값이 착공 시점인 1991년 12월 75만 원으로 급상승했다. 또 수성구 시지와 달성군 죽곡 등 외곽 주거 지역 역세권 땅값도 2호선 사업 승인(96년 12월) 이전인 95년도에 평균 공시지가가 60만 원을 조금 넘었으나 2002년부터 급상승, 지난해 120만 원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역사와의 거리가 200m 내인 중심 역세권은 '지하철 개통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반월당 역을 기준으로 할 때 역사와 거리가 200m 안쪽인 지역의 공시 지가는 평균 260만 원대를 넘지만 200~500m 지역 내 지가는 220만 원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 또 1호선 상인역을 기준으로 볼 때 역사와의 거리가 200m 내인 주거 지역의 평균 지가는 74만 원이지만 200~500m 지역은 70만 원, 역외권 지역은 6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

아파트 가격도 지하철 효과를 입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호선 개통 한 달 전인 2005년 9월부터 일년간 지하철 2호선 역세권 주변 아파트 밀집 지역 5개 동의 매매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주변 지역은 대구지역 전체 평균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도표 참조)

실제 대구 전체 아파트의 경우 개통 직후인 9월부터 일년간 상승률이 4.01%였지만 수성구 범어동과 사월동은 같은 기간 상승률이 6.85%와 6.11%로 나타났으며 중구 남산동도 5.84%로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3호선 역세권 후광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3호선이 '지상화인 탓'에 역세권 주변 부동산 시세 형성이 예전과는 다를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 역세권과 인접할수록 가격이 높은 '1·2호선'과 달리 3호선은 지상 역사와 선로가 지나가는 '중심 역세권' 지역보다는 약간 비켜난 지역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개통 이후 이러한 공식이 적용된다면 '상업지'뿐 아니라 '아파트'도 비슷한 가격 형성 구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는 3호선 통과 구간에 대해 '대세 상승'론을 펼치고 있다.

부동산 114 이진우 지사장은 "2호선과 같이 개통 전후 3호선 통과 지역 지가도 반등할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 상승도 기대되지만 1·2호선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상업 지역내 건물이나 땅값은 가격이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하철 망 연계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경대 부동산과 김영욱 교수는 "3호선이 개통되면 환승역이 될 신남네거리(지하철 2호선 서문시장역), 명덕네거리(지하철 1호선 명덕역)를 비롯 칠곡, 지산·범물 지역이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며 "특히 3호선까지 개통되면 지하철 연계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3호선뿐 아니라 1·2호선 지역까지 후광 효과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존 철도가 아닙니다

도시철도 3호선 개발을 맡고 있는 대구시 지하철건설본부는 '지상화'에 따른 부정적 여론에 대해 한마디로 '오해'라고 말한다.

북구 동호동과 수성구 범물동을 연결하는 도시 철도 3호선의 총 연장은 23.95㎞. 3호선은 기존 간선도로 위에 높이 8~11m의 교각 위에 놓인 레일을 따라 달린다.

"모노레일의 소음도는 55데시벨정도입니다. 일반 차도 소음이 65데시벨이며 철도는 100데시벨을 넘게 됩니다." 지하철 건설본부 설계팀 관계자는 " '소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바퀴가 고무로 싸여 있고 평균 시속도 30㎞ 정도여서 소음이 적다."며 "모노레일이 일상화된 외국의 경우도 소음에 따른 민원 발생은 심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구시가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자기 부상열차는 아예 공중에 떠다니는 만큼 소음 문제는 논란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관 문제도 '생각'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다. 모노레일의 폭은 85㎝에 불과하며 교각 두께는 1.4~1.5m 정도로 교각 폭은 30m 이상 거리를 두게 된다. 대구시는 교각 사이마다 중앙분리대를 조성해 수목 공간을 마련하고 교각에는 담쟁이 덩굴 등으로 녹화 작업을 병행해 친환경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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