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보급률 90%…APT가격 당분간 안정세

입력 2007-05-30 07:52:15

10가구 중 9가구는 내 집 있는 시대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던 대구 지역 주택 보급률이 마침내 '90% 고지'를 넘어섰다.

보급률의 급상승은 향후 지역 건설 경기 및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지금껏 대구는 90%를 밑도는 주택 보급률 탓에 전국 시공사들로부터 전국적으로 가장 시장성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아 왔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수요가 많으면 당연히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시장 경제 원리가 주택 시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며 "2004년 이후 본격화된 아파트 신축으로 급증하는 주택 보급률 추이를 본다면 몇 년 뒤에는 공급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 증가가 본격화되면서 내년까지 6만여 가구가 입주를 마치게 됨에 따라 내년 초에는 주택 보급률 '100%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현황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 지역 주택 수는 62만 1천800여 가구. 이중 아파트 비율이 62%로 단독 주택(26.8%)의 두 배를 넘어섰으며 나머지는 다세대와 연립 등이 차지했다.

주택 보급률은 93.65%로 지난 2005년 말 87.21%와 비교하면 무려 6.4%가 증가했다. 10년 전인 지난 97년 대구 지역 주택 보급률은 79.1%에 머물렀으며 해마다 1% 안팎의 성장세를 보여오다 지난 99년 80%를 넘어선 뒤 7년 만에 90%를 넘어섰다.

주택 보급률 급상승은 2004년 이후 본격화된 신규 분양 물량 증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대구시 인구는 지난 97년 250만 2천여 명에서 지난해 말 251만 3천여 명으로 정체 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2004년 이후 해마다 2만 가구 정도의 신규 분양이 쏟아지면서 입주 물량이 급증해 왔다. 실제 지난 2004년 입주 물량은 1만여 가구, 2005년에는 1만 2천여 가구였으나 지난해에는 1만 8천 가구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1만 9천 가구, 내년도에는 무려 2만 6천여 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있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인구는 정체돼 있고 입주 물량은 급증하는 추세로 본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주택보급률 10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전국 평균 보급률보다는 아직 10% 이상 떨어지고 있고 서울(91%)을 제외한 7대 대도시 중에서는 가장 낮은 보급률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택 보급률은 90%를 넘어섰지만 구·군별로는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수성구의 경우 지난해 4천여 가구가 넘는 황금동 캐슬골드파크 입주 등에 힘입어 보급률이 100.35%를 기록했고 달성군(111.15%), 중구(106.19%) 등도 높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인구수가 가장 많은 달서구는 송현주공 및 성당 주공 등 재건축 등 굵직한 재건축 단지 입주가 내년 가을 이후 본격화되는 데다 월배 지역 입주도 남아있어 아직 보급률이 90.38%에 머물고 있으며 동구(96%)와 북구(93%)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서구와 남구는 보급률이 각각 79%와 84% 수준이지만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정비 사업을 통한 재개발·재건축이 내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입주 기간을 감안하면 보급률 100%에는 3, 4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된다.

아파트 평형대별 분포는 최근 몇 년간 중대형 평형 분양 물량 증가로 중대형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평형대별로 보면 20평 이하가 9만 1천여 가구, 21~25평형이 10만 8천 가구며, 26~30평형이 5만3천 가구였다. 또 31~40평형대가 9만 2천 가구, 41~50평형이 2만 9천 가구였다. 51평 이상은 8천여 가구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시장 전망

주택 보급률 상승에 힘입어 향후 아파트 가격도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입주 5년차 미만 아파트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어 아파트 가격 급상승 현상은 당분간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각종 부동산 억제책까지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 시장 상황으로만 본다면 입주 물량 급증에 따른 주택 보급률 상승이 부동산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지난해 이후 시작된 입주 시장 어려움이 앞으로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 보급률 상승은 시장 상황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최근 시기에는 신규 분양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 시장 자체적으로만 보면 주택 보급률이 급상승했지만 아직 전국 평균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떨어지는 수준이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전형길 대표는 "통상 선진국의 주택 보급률은 120%에 달하며 최소한 110%를 넘어서야 주거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우 주택으로 인정하는 범위 등 주택 보급률을 책정하는 기준이 선진국에 미달하고 있어 단순 보급률 93% 수준은 상당히 낮은 보급률"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대구시가 발표한 270여 곳의 도시 주거 재정비 지역에 포함된 주택의 경우 상당수가 노후 및 주거 불량 지역으로 소득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주거 기능이 상실된 주택이 많은 것이 현실.

따라서 주택 보급률 110%가 넘을 때까지는 시장에서 신규 공급을 꾸준히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부터 해마다 평균 4, 5%의 주택 공급 상승률을 보인다면 대구 지역은 2011년을 넘어서야 주택 보급률 110%에 도달할 수 있다.

화성 산업 도훈찬 본부장은 "앞으로 신규 시장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주택당 평균 거주 인구수가 갈수록 줄고 있어 대구 지역은 한해 1만 5천여 가구 정도의 신규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불합리한 규제책이 해소되면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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