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세금쇼크'…1만원 주유시 세금이 6천원

입력 2007-05-28 09:36:55

트럭 운전사들 "장거리 뛰면 기름값이 더 나와…" 운송 거부

▲ 올 7월 경유에 대한 세금 추가 부담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 올 7월 경유에 대한 세금 추가 부담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기름값까지 치솟아 개인화물 운송업자 등 생계형 경유차량 운전자들은 "죽을 맛"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기름값이 끝 모르게 치솟고 있다.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이 15주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기세다. 한국석유공사가 전국 주유소 980곳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5월 넷째 주(21~25일) 무연 휘발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이 리터 당 1천541.79원을 기록, 사상 최고 가격인 지난해 8월 1천548.01원에 근접한 것.

게다가 경유 가격은 국제 유가 상승분에다 7월 예정된 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세금 인상까지 겹쳐 생계형 경유차량 사용자들을 비롯해 서민 경제의 숨통을 꽉 죄고 있다.

◆"대구~서울 뛰면 기름값으로 다 날린다"

화물 운송 경력 37년인 전차랑(63) 씨는 요즘 주유소만 가면 가슴이 꽉 막힌다. 눈만 뜨면 달라지는 기름값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전 씨는 "승용차로 회사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야 최악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지만 우리 같은 생계형 운전자들은 기름값 상승이 직격탄"이라고 하소연했다. 피터지는 경쟁으로 운임료는 10년째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기름값만 계속 올라 죽을 맛이라는 것.

전 씨는 "2년 전만 해도 부지런히 일하면 한 달에 250만 원 정도는 손에 쥐었는데 최근엔 100만 원 벌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경유값이 ℓ당 500원가량 했을 당시만 해도 기름값 걱정은 안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기름값이 몇 원만 올라도 잠이 오질 않는다는 것. 한 달에 3, 4건 정도 운송을 한다는 전 씨는 "혹 대구에서 서울이라도 가는 날이면 운임비의 90%는 도로에 날리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경우 그나마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용돈 정도는 벌고 있다지만 다른 젊은 운송업자들은 자녀 공납금도 내지 못해 그만두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운송업체들도 경유값 상승에 비명을 내지르긴 마찬가지. 대형 화물차 26대를 보유한 한 운송업체는 최근 화물차들을 계속 줄이고 있다. 물량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인건비는 전체 매출의 50%까지 육박하고 있는데다 경유값까지 올라 좀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운송업체 관계자는 "기사들 보고 서울 등지로 장거리를 가라고 하면 안 가려고 난리다."고 했다. 장거리를 가면 기름값이 너무 많이 나와 기사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 이로 인해 운전자를 설득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고 전했다.

임도규 대구시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전무는 "유가 상승에다 정부의 환경 정책으로 경유의 세금 비율도 계속 높아가고 있어 개별화물 운송업자들의 원성이 높다."며 "이런 추세로 계속 간다면 개별 화물 운송업자들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자가용 운전자들도 최근 고공비행하고 있는 기름값에 주유소 찾기가 겁난다. 직장인 김모(37·대구시 동구 신서동) 씨는 1개월 전부터 불법인 줄 알면서도 유사휘발유를 넣기 시작했다. 김 씨는 "얼마 전만 해도 휘발유값이 1천400원대를 기록해 그럭저럭 주유소를 찾았지만 지금은 1천600원까지 육박하고 있다."며 "계속 주유소 기름을 넣다간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유사휘발유를 넣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차량 운행이 잦은 김 씨로서는 몇 백 원의 차이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정부가 세금으로 높은 기름값을 유지해 자가용 소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기름값은 가격탄력성이 적어 자가용을 운행하는 사람은 계속 운행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반 운전자들이 주유소 휘발유 대신 유사휘발유로 방향을 바꾸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기름은 세금덩어리

최근 치솟는 기름값은 국제 유가 오름세가 원인이지만 정작 운전자들의 불만은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교통세 526원과 주행세 139.39원(교통세의 26.5%), 교육세 78.9원(교통세의 15%), 부가세 135.91원 등으로 리터당 880원에 이른다. 전체 휘발유 가격 중 59%가 세금인 것이다. 경유 또한 교통세와 교육세 등의 명목으로 리터당 604원의 세금이 붙어 전체 경유 가격의 5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

이런 세금 비율은 실질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높은 편. 국민총소득 대비 휘발유 세금비중은 우리나라를 100이라고 할 때 미국은 14, 일본은 33, OECD 평균은 44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유값 상승으로 생계형 경유차량 사용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정부가 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라 올 7월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가격 비율을 100대 85 수준으로 조정할 방침이어서 경유값 상승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기름값 상승, 특히 서민 경제와 직결된 경유값 급상승은 수송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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