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19, 20일 경산, 청도를 여행지로 택한 '어서오이소 경북 2007' 팀은 대구-포항 간 고속국도의 청통·와촌 나들목에서 내려 5분여를 달린 뒤 청국장 고등어쌈밥 전문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를 거른 여행객들은 청국장 요플레로 입맛을 다신 뒤 식당에서 손수 키운 갖가지 채소에다 청국장과 고추장으로 버무려진 비빔밥과 먹기 좋게 익힌 고등어로 허기를 달랬다.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일정은 시작됐다.
경산 하면 대학교가 떠오른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가장 많은 13개의 대학교가 몰려 있어 학원도시로 유명하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시민 두 명 중 한 명은 대학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경산이 우리나라 인문학의 산실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원효와 설총, 일연 스님의 탄생지인 경산은 한국불교의 뿌리인 동시에 한국 인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실제 경산에는 선본사, 환성사, 불굴사, 제석사, 반룡사, 경흥사, 원효암을 비롯해 곳곳에 불교 유적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관봉석조여래좌상. 일명 '갓바위'로 불리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해발 850m의 험준한 팔공산 관봉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단독 원각상인 갓바위는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신라 선덕여왕 7년에 조성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갓바위는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24일)을 앞두고 와촌에서 갓바위까지 오르는 등산로 양편에는 화려한 연등이 찾아오는 객들을 반갑게 맞았다. 20여 분을 걸어서 오른 갓바위에는 기도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소망이 있기에, 무슨 절박함이 있기에 새벽부터 먼 길을 찾아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했다.
갓바위는 정말 소원을 들어줄까? 문화해설사로 함께 버스를 탄 경산청소년예술관 김용성(37) 관장은 갓바위의 영험함을 자랑했다. 한 달 전에 결혼을 했다는 김 관장은 "갓바위에 올라 결혼을 소망했더니 정말 이뤄졌다."며 "제 아내 역시 1년여 동안 갓바위를 틈틈이 찾아 결혼을 소망한 뒤 나를 만났다."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김 관장의 말대로라면 소문이 소문만은 아닌 듯하다.
갓바위에서 내려온 뒤 10여 분을 달려 내린 곳은 하양장. 19일은 5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조산천을 따라 늘어선 장터에는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근의 와촌, 진량, 청통 등지에서 출하된 양파, 무, 배추 등이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특히 시골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쪼그리고 앉아서 파는 모습에서는 시골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어 찾아간 곳은 자인의 계정숲. 구릉지에 이팝나무가 군락을 이루면서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가 된 이곳은 신라 말 자인지역을 침략해 온 적을 무찌른 한 장군의 묘가 있다. 특히 단오날에는 주민들의 큰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경산을 벗어나 청도로 가는 길목에 참외농장 단지가 있는 압량면 현흥리를 들렀다. 20년째 이곳에서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채종인(45) 씨의 농가에서 여행객들은 직접 참외를 수확하는 체험도 했다. 차진 토질 덕분에 참외의 속이 야물어 아싹아싹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여행객들은 인심좋은 공짜 시식에 기분까지 좋아져 버스에 올라 탈 땐 한 아름씩 구입했다.
청도 운문사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여행객들은 다음날 아침 운문사로 향했다.
1천400여 년 전인 신라시대에 창건됐고 현재는 국내 최대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한 운문사는 봄, 가을 막걸리 열두 말씩을 마시는 경내의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북으로 북대암, 서남쪽으로 호거산, 남쪽으로 운문산, 서북쪽으로 장군봉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운문사에서는 경내의 잘 정리된 조경과 고즈넉함으로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 안긴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갓바위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또 금당 앞 석등을 비롯해 여러 개의 문화유적이 보물로 지정돼 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청도 하면 감을 빼놓을 수 없다. 감을 이용한 천연염색과 와인 등은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여행객들은 화양읍 유등리의 감물염색공방 '꼭두서니'를 찾아 직접 감물염색을 체험했다. 김종백 사장의 지시에 따라 10여 분 동안을 흰 천에 정성스레 감물염색을 들이는 여행객들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감에는 타닌성분이 많아 감물로 염색한 천은 항균작용이 탁월하고 아토피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방문지인 와인터널. 새로 철로가 놓이면서 폐기된 구 남성현 터널이 감 와인 저장고 및 전문 레스토랑으로 꾸며졌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터널 내의 시원한 공기는 여름철에 더욱 인기가 좋다고 한다. 생전 처음 터널에서 맛보는 와인은 맛에다 분위기까지 더해져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풀어 헤치게 만들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 이번 주 여행코스:갓바위-하양장-자인 계정숲-압량 현흥리 참외수확체험-운문사-화양 감물염색공방-와인터널
*'어서 오이소' 다음(26, 27일) 코스는 '천하제일의 명당 예천 금당실과 '여름이야기' 촬영지' 편입니다.
▲ 여행경비는?
▷첫날
점심 청국장 고등어쌈밥 8천 원
저녁 버섯전골 8천 원
숙소 2인 1실 4만 원
▷둘째 날
아침 고디탕 5천 원
점심 한재미나리삼겹살 1만 2천 원
감물염색체험 1만 원
와인터널 2천 원(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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